에이즈 환자 혈액 원료 의약품 감염확인 4개월만에 폐기 통보

  • 입력 2003년 8월 26일 2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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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의 혈액을 수혈해 60대 환자 2명이 감염된 데 이어 이 혈액이 의약품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에이즈 양성반응자인 A씨(21)가 지난해 12월 24일 헌혈한 혈액 가운데 일부는 이틀 뒤 의료기관에 넘겨져 B씨(62) 등 2명에게 수혈됐고 나머지 혈장은 3월 중순경 D, N사에 의약품 원료용으로 제공됐다.

D사는 제공받은 혈장으로 알부민 3812병을 제조한 뒤 시판을 위해 창고에 보관 중인 상태에서, N사는 면역강화제인 글로불린을 제조하던 과정에서 7월 21일 각각 국립보건원으로부터 혈액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통보받고 전량 폐기했다.

그러나 A씨의 혈액에서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타난 3월 31일 이후 4개월 만에 통보가 이뤄져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혈액의 오염 여부가 제때 확인되지 않아 제조업체에 대한 통보가 늦어졌다”며 “헌혈 혈액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없어 제조 보류 등의 통보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보건원은 “헌혈자의 혈장으로 만든 알부민 등의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혈액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유럽연합(EU)은 감염자의 ‘윈도 피리어드(항체 형성이 되지 않는 기간으로 대개 2∼3주)’를 감안해 혈액원이나 제조회사가 3∼6개월간 혈장을 제조에 사용하지 않고 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는데다 헌혈에서 의약품 제조까지 2∼3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 의약품 제조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수혈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된 개인들의 신상 정보가 담긴 대한적십자사의 대외비 공문이 유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조남선 안전관리부장은 “A씨와 B씨 등의 신상 정보를 누출한 직원을 찾기 위해 내부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필요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이즈예방법은 에이즈 감염자의 보호관리에 종사하는 사람이 재직시 또는 퇴직 후에도 감염자의 신상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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