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안홍석씨 부부의 귀농 성공기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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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발상, 치밀한 분석, 빈틈 없는 영농설계, 외국과 기술 교류.

경북 영천시 고경면 창하리 용수농원에서 배농사를 짓는 안홍석(安洪錫·55) 김경련(金慶連·51) 부부의 ‘농사 좌우명’이다. 안씨 부부는 집앞 3300여평(1700그루) 배밭에 주렁주렁 열린 탐스런 배를 “꼭 자식 같다”며 26일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올 여름에는 비가 잦아 과실 작황이 대체로 좋지 않지만 용수농원 배나무에는 한 개에 1kg나 되는 배가 지난해와 다를 바 없이 풍성하게 매달렸다. 안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전국친환경농산물 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농림부장관상을 받았다.

안씨 부부는 65년부터 30년 동안 대구 대명동에서 농사와는 거리가 먼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다 95년 귀농했다.

“말로만 듣던 귀농을 결심했지만 무슨 농사를 시작해야 할지 참 막막했어요. 포도 배 사과 등 과일농사를 생각했는데 뒤늦게 뛰어들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문중제사 지낼 때 배 껍질을 얻어 먹던 어릴 때 기억이 늘 남았어요. 그래서 세계 최고의 배를 생산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97년 첫 수확을 했지만 배 나무를 몽땅 뽑아내야 할 정도로 100% 실패했다. 기술을 쌓지 않고 막연하게 덤벼든 탓이었다. 이후 안씨 부부는 일본을 수차례 방문해 유기농법을 배우고 경북도 농업기술원의 농업벤처대학에도 다니면서 이를 악물었다.

“ “뒤늦게 배 농사에 뛰어든 처지에서 기존의 재배방식에 머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지요. 문제는 거름(퇴비)이었습니다. 배 재배 교과서에는 거름이 좋아야 한다는 이론이 많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좋은 거름을 써 승부를 내자’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이곳의 배는 영양이 풍부한 거름을 먹는다. 그는 설탕 깻묵 볏짚 쌀겨 골분 참나무톱밥 활엽수 포도 계란껍질 한약찌꺼기 등 21가지 재료를 섞어 발효시킨 뒤 거름으로 만든다. 이것이 안씨가 귀농 8년 만에 최고 품질의 배를 생산하게 된 비결. 흙 1g에 미생물이 1억마리가 돼야 좋은 배가 열린다는 것이다. ‘창조적 발상’ ‘치밀한 분석’ 같은 좌우명을 철저히 실천한 것.

올해 수확 예상량은 45t. 이 가운데 30%는 수출하고 나머지는 백화점 등에 납품한다. 한 그루에 열리는 배도 평균 100여개로 보통 배나무보다 2배 가량 많다.

“이제 일본이나 중국에서 이 곳으로 배 재배 기술을 배우러 옵니다. 우리나라 배는 대체로 품질이 좋은 편이지만 전 세계 생산량은 중국(55%) 유럽(20%) 미국(8%) 일본(3.5%)에 비해 2% 선에 불과합니다. 도공이 도자기를 빚는 정성처럼 배 품질을 높여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입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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