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고경면 창하리 용수농원에서 배농사를 짓는 안홍석(安洪錫·55) 김경련(金慶連·51) 부부의 ‘농사 좌우명’이다. 안씨 부부는 집앞 3300여평(1700그루) 배밭에 주렁주렁 열린 탐스런 배를 “꼭 자식 같다”며 26일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올 여름에는 비가 잦아 과실 작황이 대체로 좋지 않지만 용수농원 배나무에는 한 개에 1kg나 되는 배가 지난해와 다를 바 없이 풍성하게 매달렸다. 안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전국친환경농산물 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농림부장관상을 받았다.
안씨 부부는 65년부터 30년 동안 대구 대명동에서 농사와는 거리가 먼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다 95년 귀농했다.
“말로만 듣던 귀농을 결심했지만 무슨 농사를 시작해야 할지 참 막막했어요. 포도 배 사과 등 과일농사를 생각했는데 뒤늦게 뛰어들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문중제사 지낼 때 배 껍질을 얻어 먹던 어릴 때 기억이 늘 남았어요. 그래서 세계 최고의 배를 생산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97년 첫 수확을 했지만 배 나무를 몽땅 뽑아내야 할 정도로 100% 실패했다. 기술을 쌓지 않고 막연하게 덤벼든 탓이었다. 이후 안씨 부부는 일본을 수차례 방문해 유기농법을 배우고 경북도 농업기술원의 농업벤처대학에도 다니면서 이를 악물었다.
“ “뒤늦게 배 농사에 뛰어든 처지에서 기존의 재배방식에 머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지요. 문제는 거름(퇴비)이었습니다. 배 재배 교과서에는 거름이 좋아야 한다는 이론이 많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좋은 거름을 써 승부를 내자’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이곳의 배는 영양이 풍부한 거름을 먹는다. 그는 설탕 깻묵 볏짚 쌀겨 골분 참나무톱밥 활엽수 포도 계란껍질 한약찌꺼기 등 21가지 재료를 섞어 발효시킨 뒤 거름으로 만든다. 이것이 안씨가 귀농 8년 만에 최고 품질의 배를 생산하게 된 비결. 흙 1g에 미생물이 1억마리가 돼야 좋은 배가 열린다는 것이다. ‘창조적 발상’ ‘치밀한 분석’ 같은 좌우명을 철저히 실천한 것.
올해 수확 예상량은 45t. 이 가운데 30%는 수출하고 나머지는 백화점 등에 납품한다. 한 그루에 열리는 배도 평균 100여개로 보통 배나무보다 2배 가량 많다.
“이제 일본이나 중국에서 이 곳으로 배 재배 기술을 배우러 옵니다. 우리나라 배는 대체로 품질이 좋은 편이지만 전 세계 생산량은 중국(55%) 유럽(20%) 미국(8%) 일본(3.5%)에 비해 2% 선에 불과합니다. 도공이 도자기를 빚는 정성처럼 배 품질을 높여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입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