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64%가 재범 쳇바퀴 도는 전과자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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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서울 A경찰서는 도박 자금 2000만원을 갚으라고 종용하는 사채업자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조모씨(36)를 붙잡았다. 조씨는 이미 폭력과 절도 등으로 ‘별’을 다섯 개나 달고 있었다.

이 경찰서는 며칠 뒤 승용차에 쇠파이프, 전자충격기 등을 싣고 다니며 취객만을 상대로 금품을 상습적으로 빼앗은 3인조 강도를 검거했다. 3명 모두 직업이 없었고 주범격인 이모씨(43)는 폭력 등 전과 4범이었으며 김모(23) 최모씨(25)도 각각 ‘별’ 셋, ‘별’ 둘의 전과자였다.

요즘 전국의 검찰과 경찰에 붙잡혀 오는 피의자 중에는 이같이 초범을 찾기가 쉽지 않다.

▽꾸준히 높아지는 재범률=경찰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붙잡힌 전체 범죄 피의자 194만2987명 가운데 64.3%(124만9727명)가 전과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9.8%는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30%에 불과하던 재범률이 97년 52.0%, 98년 56.6%, 99년 59.5%, 2000년 61.2%, 2001년 63.1%로 꾸준히 높아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범죄 전문가들은 “전과자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냉대, 교정·교화 시스템 개선을 위한 관심 부족, 경제 불황 등 총체적인 문제가 빚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너무나도 좁은 취업문=절도 전과 4범인 안모씨(22)는 97년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오토바이를 훔치면서 전과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올해 초 두 번째 복역했던 교도소 생활을 1년6개월 만에 마감했지만 최근 동네 형의 6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혀 8일 서울 B경찰서 유치장에 있다. 안씨는 “교도소에서 자동차정비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따고 나오면서 ‘다시는 교도소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밖에서는 ‘교도소에서 딴 자격증’이라는 이유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며 재범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취업은 전과자가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않게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법무부 교화 담당 관계자는 8일 “재소자에 대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꾸준히 확대돼 현재 전국 3만8000여명 재소자(형 확정자 기준) 중 10% 정도가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한 번 찍히면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평생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청송감호소에 수감 중인 장모씨(40)는 91년 절도로 징역 2년 보호감호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95년 모범수로 가출소했으나 직업을 구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출소 2년 만에 다시 남의 물건을 훔쳤다. 장씨는 “전과자임을 숨기고 취업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전과 사실이 탄로나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도 원인=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펴낸 한 논문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맞았던 97년부터 전과 4범 이상의 범죄자가 급증했다. 97년 전체 범죄 가운데 20.5%를 차지했던 전과 4범 이상 피의자의 범죄는 98년 22.5%, 99년 25%, 2000년 26.4%, 2001년 29.5%로 늘었다. 살인 강도 폭행 절도 사기 등 범죄 유형에 관계없이 늘어난 것.

미국은 경제 호황기가 시작된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범죄율이 꾸준히 감소 추세인 반면 일본은 경제 침체가 심화된 90년대 중반부터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최인섭(崔仁燮) 범죄동향연구실장은 “재범률이 높아지면 검경 인력과 업무, 교정·교화 비용 증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들게 된다”며 “전과자에 대한 사회 인식 전환, 교정·교화 시스템 개선을 위한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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