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경기도 1000만명 시대]<1>10년새 상전벽해

  • 입력 2003년 3월 31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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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인구는 지난해 말 내국인(992만7473명)과 외국인(7만2574명)을 합쳐 1000만47명으로 집계됐다. 광역자치단체로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공식 인구통계로 활용하는 내국인만을 기준으로 한 인구도 3월 말로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앞으로 대(對)중국 무역기지로, 서해안시대의 중심 지역으로,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대북한 전진기지로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급속한 발전의 이면에는 행정과 교육, 교통, 환경 등에서 각종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은 경기도의 현주소와 문제점, 발전 잠재력 등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서해대교에 이르면 좌우로 자동차와 컨테이너가 가득한 평택항 부두와 길게 바다를 가른 항만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어선이 한가로이 오가며 고기를 실어 나르고 펄에서 조개를 캐던 옛 포구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면 평택항 동부두 4번 선석(船席·선박 접안시설). 북미 지역으로 차량을 실어 나를 3만t급 대형 선박 안으로 램프를 따라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갔다. 이 배에 선적될 자동차는 3000여대. 이틀째 선적이 진행 중이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개발 전(1989년·위)과 개발 후 최근 모습. 왼쪽의 경부고속도로와 오른쪽의 휘어 돌아가는 탄천만 같은 모습일 뿐 개발 전의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있던 곳이 ‘아파트 숲’으로 바뀌어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제공 한국토지공사

수만평 규모의 부두에는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뉴EF소나타 소렌토 카니발 프레지오 뉴봉고 등 어림잡아 7000여대의 차량이 가득 차 있었다. 항만 뒤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포승국가공단(218만평)이 펼쳐졌다.

1997년 개항한 평택항은 지난해 전국 28개 무역항 가운데 부산항과 울산항, 인천항에 이어 4위의 수출 실적(58억달러)과 5위의 화물처리량(4388만5000t)을 기록할 정도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지난해 화물처리 증가율은 109%에 달했다.

평택항은 2020년이면 현재 6개인 선석이 97개로 늘어나고 하역능력도 1억500만t이나 되는 국내 3대 항만으로 발돋움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경기도의 지난 10년간 변화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 그대로다. 강산만 변했을 뿐만 아니라 바다가 육지로 만들어졌고 꾸불꾸불하던 해안선도 직선으로 바뀌었다.

국내에서 가장 긴 11.2㎞의 시화방조제는 안산시와 대부도를 연결해 차량 통행을 가능하게 했고 호수 주변에 3000여만평의 간석지를 만들었다.

1989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수도권 5대 신도시 지역도 상전벽해의 현장. 개발에 포함되지 않은 야산과 물길만이 옛 모습을 어림짐작케 할 뿐 온통 ‘아파트 숲’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5대 신도시는 1500만평의 부지에 인구 120여만명이 사는 경기도 내의 대표적인 주거지로 탈바꿈했다.

분당 원주민 이상철씨(50·성남시 분당구 야탑동)는 “분당은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하루에 노선버스 한 대가 3, 4차례 오가던 오지였다”며 “지금은 탄천을 빼면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각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외국인 포함)는 1993년 말 701만5654명에서 10년 만에 298만4393명이 증가했다. 매년 광명시(34만명)만한 도시가 하나씩 생긴 셈이다. 반면 서울시는 같은 기간 1092만5464명에서 1028만523명으로 64만4941명(5.9%)이 줄었다.

2002년 말 현재 경기도의 전체면적(1만191㎢)은 서울(605㎢)의 16.8배에 달한다. 반면 인구밀도는 ㎢당 981명으로 1만6978명인 서울의 5.8%에 불과해 개발 여지는 아직 큰 편이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서울에 뒤지지 않는다.

2002년 말 수출액은 319억6100만달러로 서울(258억6300만달러)보다 많았다. 특히 경기도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2002년 227억달러를 수출해 한국 총수출액(1624억달러)의 16%를 차지했다.

또 전국 중소기업의 25%에 해당하는 2만7000여개가 몰려 있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지식기반제조업체의 34%, 종사자의 38%가 경기도에 있다.

여러 면에서 한 광역단체치고는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관광자원과 레저스포츠 분야의 저력 또한 탄탄하다. 2001년 이천 광주시, 여주군에서 80일 동안 열린 세계도자기엑스포는 606만명이 찾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행사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이 행사는 1조2000억원의 경제 파급효과와 4만1000명의 고용 창출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됐다. 행사가 열린 3곳은 한국 도자(陶磁)의 중심지로 각인됐다.

1997년 이후 3년마다 열리는 고양 세계꽃박람회도 올해 해외 35개국 100여개 업체를 포함해 국내외 200여개 업체의 참가가 예상될 정도로 성공적이다. 올해 박람회는 81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1000만달러의 화훼 수출계약 등 500억원대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는 지난해 850만명(외국인 40만명 포함)이 찾았다. 경기도 내에 있는 골프장은 82개로 전국 골프장의 51%를 차지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상훈(李相勳) 기획조정실장은 “경기도의 급속한 발전은 수도 서울을 감싸고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라며 “앞으로 첨단 지식기반산업과 풍부한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물류와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경기도는 이런곳▼

경기(京畿)란 지명은 중국에서 비롯됐다. 당(唐)나라 때 왕도와 주변지역을 경현(京縣)과 기현(畿縣)으로 나누어 통치했는데 경(京)은 천자(天子)의 거주지로 도읍을, 기(畿)는 왕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이내의 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경기란 명칭이 처음 쓰인 것은 고려 현종 9년(1018년) 때로 왕성이 있는 개성(開城)의 주변지역을 일컬었다. 이후 조선 태종이 8도(道)제를 실시하면서 비로소 경기도라 불리게 됐다. 이때도 서울 부근은 중앙직할지인 한성부(漢城府)로 명명됐다.

1910년 한성부는 경성부(京城府)로 이름이 바뀌면서 경기도에 편입됐다가 1946년 경성부가 서울특별시로 개편, 승격되면서 다시 분리됐다.

경기지역은 조선 후기에 들어 광주(廣州) 출신의 정약용(丁若鏞)으로 대표되는 실학사상으로 이름을 떨쳤다.

경기지역은 왕도 주변을 감싸고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성(城)이 많은 게 특징. 남한산성(南漢山城·광주)을 비롯해 북한산성(北漢山城·고양), 행주산성(幸州山城·고양), 문수산성(文殊山城·김포) 등 삼국시대부터 축조된 24개의 성곽(城郭)이 있다.

경기도의 첫 도청 소재지(치소·治所)는 수원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경성으로 옮겨졌다 1967년 다시 수원으로 이전했다.

경기도에 포함됐던 인천시는 1981년 7월 1일 직할시로 승격돼 경기도에서 분리됐다.

현재 경기도는 25개 시(市)와 6개 군(郡) 등 31개 시군으로 이뤄져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경기 남부에 19개 시, 2개 군이 있으며 나머지 6개 시, 4개 군은 경기 북부에 있다. 경기 북부 주민들이 도청 소재지인 수원까지 오가는 불편을 해소하고 낙후된 경기 북부의 발전을 위해 2000년 2월 의정부시에 경기도 제2청사가 생겨 행정2부지사가 상주하고 있다.

지난해 도내 대부분의 시군은 인구가 증가했지만 연천군 동두천시 과천시 가평군 군포시 여주군 등 6개 시군은 오히려 인구가 줄었다.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은 수원시(102만3875명)로 가장 적은 연천군(5만655명)의 20배나 된다.

경기도의 재정 규모(국비 포함 총 예산)는 1991년 5조5938억원에서 2001년 18조3898억원으로 10년 만에 3.3배로 커졌다.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71.8%에서 78%로 높아졌다. 경기도는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2020년의 모습을 인구 118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911조원, 차량 등록대수 500만대, 주택보급률 105%, 학급당 학생 수 25명 등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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