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사고수습에 중앙-지방 따지다니…

  • 입력 2003년 3월 4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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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가 발생한지 보름이 지난 지금 사고수습의 ‘주체’를 둘러싸고 한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특별지원단을 중심으로 사고수습이 진행되자 일부 지역언론과 시의원 등은 “중앙정부가 사고수습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것은 지방자치시대와 지방분권 흐름에 맞지 않다”는 엉뚱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중앙정부 지원단이 참여하기 전 대구시사고대책본부와의 사고 수습에 관한 대화를 아예 끊어 버렸다. 시민단체와 함께 진상조사단을 따로 구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구시가 치워버린 사고현장에서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품을 독자적으로 찾아내기도 했다.

대구시는 유족들이 대구시대책본부에 등을 돌려 버리는 사태를 자초했다. 사고현장을 함부로 훼손하고 수습과정에서 허둥대면서 유족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니 수습의 최고책임자인 대구시장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은 누가 주체가 되든 사고를 빨리 수습하는 것이다. 중앙정부 지원단이 도저히 수습하기 어렵다면 외국의 전문가라도 불러와야 할 판이다.

이번 참사가 일어나자 경북은 물론 멀리 제주도 등 많은 지자체에서 성금을 내고 애도를 했으며 합동분향소를 찾는 국민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또 전국의 많은 단체들이 봉사활동을 했으며 4일 현재 400억원이 넘는 유족 위로금이 모였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도 대한민국이라는 ‘전체’의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다. 지방자치나 지방분권을 ‘모든 것은 우리끼리’라는 폐쇄적인 패러다임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수습의 주체가 누가 돼야 한다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고집을 계속 피우면서 다른 시도에서 온 조문객이나 성금은 왜 거부하지 않느냐는 힐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만든 향약(鄕約)의 ‘어려운 일을 당하면 서로 돕는다(患難相恤)’는 정신을 곰곰 되새겨 보아야 할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입맛이 참 쓰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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