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법발전 계획]‘司法 모니터’로 시민애로 수렴

  • 입력 2003년 2월 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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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3일 발표한 사법발전계획은 참심제 배심제의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어 재판제도의 근간을 바꿀 만큼 획기적인 개혁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헌 등 외부 여건 변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 개혁안의 시행 시기나 내용을 섣불리 점치기는 어려운 상태다.

▽참심제와 배심제=일반시민이 법관과 함께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제와 배심제를 장기 계획에 포함했다. 두 제도를 도입하면 형사 판결에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헌법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못박고 있어 개헌이 단행되기 전에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헌은 대통령이 발의해 국민투표를 하거나 국회에서 발의해 가결(재적 3분의2 찬성)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대통령 중임제나 의원내각제로의 개헌 움직임이 없을 경우 재판제도 개선만을 위한 개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은 법원이 주도적으로 성안했으며 시민단체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사법개혁에 관해서는 법원에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았을 정도. 따라서 사법부 일각에서는 이 개혁안이 탄력을 받으며 예상보다 빠르게 모양을 갖춰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대륙계 국가에서 주로 시행되는 참심제는 시민 중에서 선출된 참심원이 법관과 대등한 자격으로 합의체를 구성, 주요 판결에 관여하는 제도.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에서 시행되는 배심제는 시민 중에서 뽑힌 배심원이 재판에 관여하는 제도이지만 참심제와의 차이는 배심원들끼리 만장일치로 유무죄만을 판단한다는 점.

두 제도가 도입되면 시민의 의견이 판결에 반영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참심원이나 배심원이 잘못 선출되거나 제도 운영이 미숙할 경우 판결 왜곡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법원은 개헌 이전에도 ‘국민과 가까운 법원’을 만들기 위해 주요 사건에 한해 각계 각층의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재판 전에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법률 소비자’인 시민이 법원을 이용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시민사법모니터제’를 도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법원 안팎에서 제기됐던 법관 인사 시스템의 문제점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2월이나 3월중 가동키로 했다.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행사 방안을 제도화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인사제도 개선안을 연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대법원은 이 위원회에서 개선안이 나오면 바로 시행할 방침이다.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현행 2년제인 사법연수원 교육기간을 1년 줄이는 대신 법원 검찰 변호사 등 직역별로 1, 2년간 분리교육을 실시하는 이른바 ‘1+1(2)’제도는 연간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의 법조인 양성 개선 방안이다. 사시 응시자가 연간 3만명 이상에 이르는 현실에서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제도(로스쿨)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 응시자격을 제한할 방침이다.

▽가압류 가처분의 남용 억제=지나친 가압류 가처분으로 채무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법원의 보전 처분 결정 전에 심문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채무자의 담보 제공으로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는 제도가 활성화된다. 또 현금으로만 가능한 가압류 취소도 보험증권 유가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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