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高3 수능역전 교육정책 실패가 원인”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26분



‘학생 실력 저하는 현 정권의 교육정책 실패 탓.’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올해로 10번째 실시된 가운데 수능 초기에는 재학생의 성적이 재수생보다 높았으나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재수생의 성적이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로 인한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과 교원정년 단축에 따른 교원의 사기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수능성적 통지 때 발표한 연도별 채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93년 처음 치러진 94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재학생의 전체 평균 성적이 200점 만점에 98.22점으로 재수생(95.1점)보다 3.12점 높았다.

재학생 우세 현상은 △95학년도 6.78점 △96학년도 5.31점 △97학년도 11.07점 △98학년도 9.2점 등으로 98학년도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첫 교육부장관으로 교육개혁정책을 추진했던 이해찬(李海瓚·민주당 의원) 장관 시절 교원정년 단축과 대입제도 변경 등이 진행되면서 교육계가 술렁였고, 98년 11월 처음 실시된 99학년도 수능부터 재학생과 재수생의 성적 역전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99학년도에는 재수생 전체 평균이 242.7점으로 재학생(239.8점)보다 2.9점 △2000학년도엔 11.2점 △2001학년도엔 17.7점 높았다.

지난해와 올해는 자세한 성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역별 평균 성적을 단순 합산하면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2002학년도 인문계 29.6점, 자연계 41.4점 △2003학년도 인문계 24.8점, 자연계 46.5점이 높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처럼 재수생의 성적이 재학생보다 높아진 것은 학력저하 현상과 함께 재학생 모의고사 금지 등 정부의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98학년도부터 수능시험이 쉬워지면서 상위권 학생의 재수가 늘어 학원에서 문제풀이식 수능 준비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성적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교육부는 이른바 ‘이해찬 1세대’인 올해 대학 1학년생들이 중3이던 98년 10월 수능, 학생부, 입상 실적, 추천서 등 다양한 전형자료를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무시험 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선 고교에서는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며 공부를 게을리 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3년 뒤 치른 2002학년도 수능에서 평균성적이 전년도보다 66.8점이나 떨어져 ‘이해찬 1세대’의 학력 저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양대 정진곤(鄭鎭坤·교육학) 교수는 “학생은 공부를 안 하고 학교는 내신 부풀리기로 학생들의 실력을 떨어뜨렸다”며 “재수생과 재학생의 성적 역전은 교육정책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 윤정일(尹正一·교육학) 교수도 “교사를 개혁 대상으로 내몬 것도 교육 붕괴의 한 원인”이라며 “정권 초기부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완전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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