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물고문현장 은폐의혹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52분


대검찰청 감찰부가 서울지검에서 물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살인혐의 용의자 박모씨(28·구속)의 주장이 사실과 가깝다고 잠정 결론을 내림에 따라 서울지검 강력부 수사팀이 물고문 현장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2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수사관들이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씌우고 물을 부었다는 주장을 했다.

대검 감찰부는 10일 박씨가 당시 입고 있던 운동복 상의가 앞뒤 모두 물에 젖어 있었다는 목격자의 추가 진술을 받아내고 물고문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박씨가 조사 받은 서울지검 특별조사실 1101호 현장에서 물고문에 이용됐다는 바가지와 흰 수건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물고문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

이에 따라 서울지검 강력부 수사관들이 물고문 직후 바가지와 수건 등 고문 도구들을 치우는 등 현장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감찰부의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 도구의 행방이 밝혀질 경우 이 사건은 ‘물고문 현장 은폐’ 파문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대검 감찰부가 물고문에 대한 초동조사 단계에서 현장 보존을 허술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감찰부는 피의자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 7개를 모두 폐쇄하고 이틀 뒤인 30일 살인사건 용의자 조천훈씨가 숨진 1146호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감찰부는 물고문 의혹이 제기된 1101호를 포함해 숨진 조씨의 공범들이 조사를 받았던 조사살에 대해서도 현장조사를 실시하긴 했으나 조씨가 숨진 1146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지 않았다.

대검 감찰부가 물고문 의혹이 집중 거론되자 당초 ‘물고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볼 때 물고문 현장 은폐 의혹이 수사 지휘부와 직접 관련돼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검찰 일각의 관측이다.

따라서 물고문 현장의 은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고문도구의 행방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 은폐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고문현장 은폐를 위한 ‘모의’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누가 실행에 옮겼는지, 그 과정에서 수사지휘부의 묵인 및 지시가 있었는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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