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파업 그늘속 한국車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50분


정부의 주5일 근무제 방안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시작됐다.

이번 파업에는 특히 한국 산업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현대 기아 쌍용 등 국내 완성차 3사의 노조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에 참가한 자동차 근로자만 6만명이 넘고 손실도 하루 5000대, 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노조측은 “파업은 전체 근로자의 권익을 위한 것이며 파업으로 얻어낸 이익은 짧은 순간의 손실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파업 전날 만난 한 자동차부품업체 사장은 “파업으로 쟁취한 주5일 근무제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 속에 살아남을 ‘일부’ 근로자들의 권익만 보호해 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파업 기간의 손실은 언뜻 보면 그리 크지 않다.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인다면 노동계의 주장처럼 파업은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파업에 따른 손실을 이 같은 단순한 ‘셈법’으로 헤아릴 수는 없다. 우리 노사분규의 역사를 살펴볼 때 파업 자체보다는 항상 후유증이 더 큰 문제였다.

‘투쟁’으로 각인된 한국 근로자들의 이미지는 해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품질 관리를 더욱 어렵게 했다. 생산된 제품의 품질 시비도 낳았다.

더욱이 자동차와 같은 소비재 생산에서 근로자들의 집중력 저하는 마무리 소홀에 따른 내구성 저하로 이어지곤 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국산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산차의 해외 고객 대부분은 처음 한국차를 타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첫인상은 아주 중요하다. 혹시 이번에도 파업과 그 후유증으로 근로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수출차의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차를 계속 사게 될까?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자동차업체 피아트는 최근 경영 악화 때문에 51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아트 노조는 감원 계획에 반발해 7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파업이 잦았던 피아트가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가 된 적은 없다.

최호원기자 경제부 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