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외화내빈' 아시아 경기대회

  • 입력 2002년 10월 15일 20시 15분


‘아시아를 하나로, 부산을 세계로’

16일간 부산을 세계에 알린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AG)가 14일 막을 내렸다.

37억 아시아인의 단결을 상징하는 새 천년의 첫 아시아드인 이 대회는 AG 역사상 두 번째로 지방도시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95년 유치 당시부터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400만 시민들은 부산을 아시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지난 7년간 ‘세계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모든 불편을 감수했다.

3년간 공을 들인 끝에 북한팀도 대회가 임박해 참가를 결정,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제전이 됐다.당연히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 그 중에서도 부산에 집중됐다. 7000명이란 사상 유례없는 각 국의 보도진들이 부산의 일거수 일투족에 귀를 기울이고 뉴스를 타전했다.

그러나 화려한 부산AG의 외형만큼이나 부산AG조직위 내부의 시스템은 그렇지 못했다.웬만한 ‘잔치’나 ‘일’이 끝나면 대개 “잘했다”거나 “성공적이었다”고 아량을 베푸는 한민족의 너그러운 마음도 부산시민들의 기대치를 저버린 조직위에 대해서는 예외일 듯 싶다.

한가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5∼10회의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은 예사이고, 짜증스런 언행과 무뚝뚝한 표정, 사려깊지 못한 행동은 사무실과 경기장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선수촌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가 하면 시상대 국기가 떨어지고, 셔틀버스가 제대로 배정되지 않은 데다 도시락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선수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부족한 통신지원 시설, 매끄럽지 못한 자원봉사자 운용, 책임 미루기, 지나친 통제 등 대회 개막과 동시에 드러난 문제점은 폐막할 때까지 계속됐다.

7년간 준비한 결과라고 보기에는 부산의 위상이 의심스러웠다. 오죽했으면 부산을 망치고, 대회를 망치는 ‘조지기’ 조직위라고 했겠는가.

‘성공대회’라고 자화자찬 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시민이 수긍할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