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취업학원으로 변질”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서울대가 겪고 있는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국사학과 김인걸(金仁杰) 교수는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가 9일 개최하는 ‘서울대학교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한다’는 토론회에 앞서 8일 배포한 자료집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기조발제자로 나서는 김 교수는 발제문에서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이 상생(相生)하는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합의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그 주체가 되어야할 학문후속세대인 학생들은 학문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서울대는 심각한 정체성 위기 속에서 방향성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학이 대학다워지기 위해서는 학문의 독립, 대학의 독립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서울대가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구성원간의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로부터 대학 정책 수립과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갖고 있는 대학본부 사무국장에 대한 인사권과 대학 재정권을 서울대 총장이 갖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가하는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모교의 현주소와 위상을 비판하며 변화를 주문했다.

철학과 3학년 이지선씨는 “서울대가 거대한 취업학원으로 변하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서울대는 학문의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졸업생인 중앙대 영문과 강내희(姜來熙) 교수는 “서울대는 한국 지식생산에서 특권지대를 이루고 있다”면서 “서울대는 특권적 지위를 포기하고 지식의 탈식민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식생산의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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