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市史' 1질 못줍니까?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세금을 도대체 어디에 사용하기에 향토문화단체에 ‘울산시사(市史)’한 질(帙)을 나눠줄 형편이 못됩니까.”

최근 기자와 만난 울산의 향토문화단체 회원들은 울산시가 6월 발간한 시사를 배부하면서 향토문화 단체들을 배부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한 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순수 비영리 향토문화단체로 10여년 전부터 매년 울산 향토사 연구논문집을 발간해온데다 이번 시사 발간에도 원로 회원들이 직 간접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시사 한 질 정도는 ‘당연히’ 보내줄 것으로 믿었으나 끝까지 받아볼 수 없었다.

시가 7억5400만원을 들여 2000년 1월부터 편찬위원 19명과 집필위원 46명 등을 참여시켜 2년 6개월만에 발간한 시사(6권 3900쪽)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울산의 각 부문 역사가 모두 망라돼 있어 발간 이전부터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2000질을 발간한 시는 전국 행정기관과 국공립 도서관, 대학교, 대기업은 물론 전현직 시의원에게 시사를 나눠주면서 향토문화단체 등은 배부대상에서 제외한 것.

특히 발간 한달만에 시사 한 질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9만원에 낙찰되기도 해 “엄격한 심사를 통해 배부했다”고 밝혀온 시 관계자의 말을 무색케했다.

더구나 문화단체와 시민들의 추가배부 요구가 잇따르자 시는 지난달 1억여원을 들여 500질을 추가 발간키로 했다가 최근에는 “예산이 없다”며 이마저도 백지화했다.

하지만 시가 ‘월드컵 열기 확산’을 내세워 올 연말까지 2억1000만원을 들여 월드컵 관련 영화와 화보집, 백서 등을 제작키로 해 시사 추가 발간비는 시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었음을 보여줬다.

‘울산의 뿌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향토문화단체의 당연한 요구조차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는 것이 문화관광도시를 지향한다는 울산시 문화정책의 현주소이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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