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교육부 국제화정책 재탕 삼탕

  • 입력 2002년 7월 14일 19시 06분


정부는 한국이 싱가포르나 홍콩, 중국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외국인 투자 유치환경이 뒤떨어진다고 보고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이란 국가 의제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연일 쏟아내고 있는 정책의 핵심은 외국인들이 불편 없이 사업할 수 있게 경제특구 내에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언어, 교육, 생활 등의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위해 14일 발표한 교육부문 실천방안을 보면 이미 나온 내용을 재탕 삼탕했거나 부처간 협의가 안된 내용이 많아 실천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교육부는 경제특구 내에 국제고를 설립해 내외국인 모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내국인도 외국인학교를 세울 수 있게 하는 등 설립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재경부는 국제고를 전국 어디에나 설립할 수 있고, 외국인학교 입학자격도 해외거주 2년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차관들 사이에 협의됐는데 교육부가 딴소리를 한다고 비판해 어느쪽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또 초중고교의 국제이해교육,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시설 확충, 외국인교수 초청, 원어민 교사 5000명 초빙 등도 이미 발표됐거나 예산문제 등으로 시행에 어려움이 많은 사업들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을 보면 ‘외국’ ‘외국인’이란 말이 들어간 정책을 모두 끌어 모은 듯한 인상이 짙다.

보도자료 곳곳에 ‘부처 협의 중’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등의 표현이 많다는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라는 아이디어를 자주 접하는 것도 국제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정부는 부처간 이견이나 정책 중복 등을 조정하기 위해 ‘인적자원개발회의’를 운영하고 있고 교육부총리가 의장이다. 그런데도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설익은 내용을 내놓아서야 어떻게 외국인에게 신뢰감을 주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인철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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