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남 입장 돼보고 나 먼저 똑바로"

  • 입력 2002년 4월 5일 18시 56분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이 정착되기 힘든 요인으로 인정과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동양적 사고방식을 꼽는다.

‘성숙한 사회가꾸기운동’ 공동대표인 서울대 손봉호(孫鳳鎬) 교수는 “서양에서는 보편성과 객관성을 높은 가치관으로 여기지만 동양에서는 인정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페어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물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갖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논어에 ‘아비가 양을 훔치면 아들이 이를 감싸주고 아들이 양을 훔치면 아비가 이를 숨겨주는 것이 정직이다’라는 구절이 있다”며 “이런 정서 속에서는 공정한 게임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페어플레이 구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자신만 손해본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검찰과 언론의 역할이나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계 원로로 구성된 성숙한 사회가꾸기운동이 제안하는 실천 지침은 △우리말에 책임을 지자 △법을 지키자 △환경을 보호하자는 등 지극히 단순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다.

지난해 9월부터 ‘똑바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최홍준(崔弘埈) 사무총장은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지침이 필요하다”며 “이 운동은 남을 비난하기 이전에 나부터 먼저 똑바로 행동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미국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 심사를 유독 까다롭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한국인이 불법 체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결국 정당한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사람마저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와 남을 비난하기 이전에 나부터 반성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라는 얘기다.

그는 “‘똑바로 운동’ 스티커를 20만장이나 배부했지만 자동차에 이를 붙이는 운전자가 많지 않다”며 “스티커를 붙일 경우 교통법규를 위반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김대곤(金大坤) 사무총장도 “내가 남을 탓하고 손가락질 할 때 남들은 가만히 있겠느냐”며 “책임 전가의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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