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없는 대립' 발전파업 끝이 안보인다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04분


‘발전소 매각방침 철회’와 ‘해고자 복직’이라는 양대 쟁점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 발전회사 노사는 정부와 사용사 측이 파업 주동자에 대한 체포와 해임 방침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노조도 한층 강경해져 극한 대립으로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립의 핵심쟁점〓발전노사 양측이 ‘벼랑 끝 대치’를 계속하는 요인은 ‘발전소 매각 철회’와 ‘해고자 복직’의 두 가지 항목이다. 발전노조가 이 두 항목을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반면 사용자 측은 이 두 가지가 노사교섭이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매각 철회와 해고자 복직에 대해 발전노조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한때 교섭권을 위임받았던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도 ‘이 두 가지 항목은 발전노조가 직접 처리하라’며 이호동 발전노조위원장에게 교섭권을 넘기고 뒤로 한발 물러났다. 단체협약 143개 중 141개는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발전노조 측은 “정부와 사측이 매각방침 철회와 해고자 복직에 관해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파업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는 “단협 대상이 아닌 것을 놓고 협상할 수는 없다”며 정공법으로 가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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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 전망〓3일 오전 10시 현재 발전노조 조합원 가운데 354명(6.3%)만 복귀한 상태로 발전회사측은 장기화에 대비해 2일 2교대제를 3일 3교대제로 바꿨고 3일 오후 근무조인 429명 가운데 408명을 대체인력으로 충원했다.

산업자원부는 “전력 예비율이 파업 시작 이후 23∼30%여서 전력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퇴직자와 자회사 등에서 1826명의 대체인력을 확보해 노조가 파업을 한달 이상 끌어도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 600여명이 관리하던 단위 발전회사를 지금은 4, 5명이 맡아 비록 자동화설비가 완비되어있다 하더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또 평소 고장률이 3∼4%였기 때문에 한번 고장이 일어나면 재빨리 대처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발전노조측은 “정부와 회사 측이 화력발전소의 출력을 조절하지 못하자 원자력발전소의 출력을 낮추는 모험을 하고 있다”며 “원자력의 출력을 조절해 전체 전력공급을 조정하는 것은 극히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발전노조 단결력의 배경〓발전노조 조합원 5000여명은 회사 측의 업무복귀명령이라는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도부의 투쟁지침을 따르고 있다.

발전노조 조합원들의 이 같은 단결력은 지난해 4월 발전노조가 출범하면서 형성된 연대의식에서 싹튼 것으로 풀이된다. 발전노조는 2000년 말 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이 통과되자 한국노총 산하 한국전력 노조에서 탈퇴해 상급단체도 민주노총으로 옮겼다.

한전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철회하는 바람에 회사 민영화가 앞당겨졌다는 인식과 ‘발전노조 조합원들을 돌보지 않았다’는 감정까지 더해져 조합원들 사이의 결속력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이 진기자 leej@donga.com

▼"명동성당 떠나달라" 평신도 집회열고 첫 요구▼

서울 명동성당 사목협의회(총회장 오병호·吳秉虎 안드레아)는 3일 오후 성당 광장에서 신도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평신도 집회를 갖고 “한국발전산업노조의 성당 내 농성은 명백한 권리침해이자 폭력행위”라며 즉시 철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명동성당 평신도들이 성당 내 농성자들에게 퇴거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회 측은 “사전 의사 표시나 양해 없이 농성을 벌이는 것은 일종의 폭력행위”라며 “이후 야기되는 사태의 민형사상 모든 책임은 노조 측에 있다”며 “노조 측이 철수하지 않으면 신도들이 천막 등 집기를 철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발전노조는 이날 오후 명동성당에서 6개 한전자회사 노조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자회사 인력을 발전소에 대체 투입하거나 공권력을 동원할 경우 상반기 중 4만 전력인과 함께 동맹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또 민영화 철회 등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력 산별노조 결성과 상급단체 일원화 등의 방안을 통해 투쟁해 나가기로 했다.

이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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