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말문여는 진승현…정관계 로비수사 급물살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22분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가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면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가 국정원을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시도했는지, 또 진씨 사건이 불거졌을 때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치권이나 국정원 이야기는 관심 대상도 아닌 만큼 묻지도 말라”고 말해 왔지만 더 이상 이런 소극적인 태도에 머무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오전 서울지검에서는 3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몰려 1시간 가까이 ‘원격 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을 수사 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집요하게 따졌다.

검찰 답변은 특유의 수사(修辭)로 포장됐지만 “검찰이 국정원의 검찰 수사 개입 의혹을 ‘표적으로 삼아’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진술은 확보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차장을 소환할 계획이 아직은 없다”는 검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찰 주변에서는 “이제는 ‘김은성 게이트’로 사건이 변했다”는 해석이 굳어지고 있다.

또 검찰 수사가 급진전한 것은 진씨가 입을 열면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씨가 징역 7년이라는 선고 결과에 낙담했다”고 말했다.

전 국정원 경제과장 정성홍(丁聖弘)씨가 진씨에게서 로비자금 1억4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진씨가 형을 선고받은 다음날이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총선자금 수사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에는 누락됐지만 정씨는 ‘정치자금을 제공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는 국정원법의 국내정치 개입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측은 최근 “지난해 정씨가 전남 목포에 내려와 돈가방을 건네려 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차장의 수사 개입 문제와 진씨의 정치권 로비 여부 수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사안이다. 김 전 차장이 국정원 직원에게 ‘자기 돈’ 1000만원을 주면서 수사상황을 파악하도록 했다면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윗감에 대한 관심’으로 진씨 상황이 궁금했다는 김 전 차장의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됐다.

결국 진씨가 입을 열기 시작하고 김 전 차장에 대한 진술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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