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차장 검찰조사 의문]

  • 입력 2001년 11월 14일 23시 01분


김은성(金銀星) 국가정보원 2차장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은 김 차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했으나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에 따라 ‘내사종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내사종결 경위와 해명에는 의문점이 많아 의혹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또 이날 사건과 관련해 김 차장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등 사건이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돈의 대가성 여부〓검찰은 김 차장에게 돈을 줬다는 이경자(李京子)씨의 진술이 사실이더라도 대가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고 ‘처벌할 수 없는’ 수사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회사 고문인 강모씨의 권유로 2000년 9월 8일 추석연휴 전에 ‘떡값’으로 돈을 줬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단순한 ‘떡값’을 받은 김 차장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일선 검사들조차 앞뒤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대가 관계와 처벌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대가 관계가 없다는 ‘판단’부터 하고 사실에 대한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 사건과 비교해도 돈의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도 석연치 않다.

김 전 단장은 지난해 9월 9일 교육문화회관 커피숍에서 이씨를 만나 500만원을 받았고 검찰은 이 돈의 대가성을 인정해 기소금액(5500만원)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김 차장이 하루 전날 같은 장소에서 받았다는 1000만원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없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거꾸로 된 수사〓검찰은 통상적으로 뇌물수사에서 돈을 줬다는 진술이 어느 정도 구체성만 있으면 돈을 받았다는 사람이 전면 부인해도 기소해 왔다. 돈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는 “돈을 줬다”는 이씨의 진술보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김 차장의 말을 더 믿었다.

한 변호사는 “검찰의 결론이 사실이라면 이씨가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 김 차장을 허위사실로 모함했다는 얘긴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사 시점〓검찰은 1년 가까이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다가 본보의 김 전 단장 금품수수 사건 수사압력 의혹 기사가 나간 뒤 수사를 재개해 한달여 만에 내사종결했다.

이씨에게서 최초로 김 차장의 금품수수 진술을 받았던 수사검사는 김 전 단장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 지휘부와 장기간 대치하며 갈등을 빚고 6월 정기인사에서 헌법재판소 파견 발령을 받았다.

▽수사 전망〓김 차장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검찰은 재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검찰은 그동안 국정원 2차장의 위상을 고려해 수사를 1년 가까이 지연한 뒤 김 차장을 극비리에 소환해 조사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김 차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은 지금까지 가졌던 ‘부담’을 덜어낼 수 있고 특히 내사종결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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