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옥상녹화' 나서…조성비 절반 지원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20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삭막한 도심에 자리잡은 서울시청 별관 3동(3층짜리) 옥상의 ‘초록뜰’.

이 곳에는 키작은 개망초와 보송보송한 강아지풀, ‘향기가 100리를 간다’는 섬백리향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또 깊이가 한뼘이나 되는 물웅덩이에서는 어디선가 날아든 참새가 목을 축인다.

지난해 단장을 마친 초록뜰은 이제 시청 공무원뿐만 아니라 서소문 주변 빌딩에서 이 곳을 내려다보는 회사원들에게 명물이 됐다.

서울시는 도심의 녹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뜰을 만들어 가꾸는 ‘녹화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시범적으로 이 정원을 조성했다. 초록뜰은 그동안 전혀 사람이 관리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수해와 가뭄 등을 이겨냈다.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서울시는 건물 신축시 옥상 녹화를 권장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부터는 공공 및 민간 건물에도 녹화 사업비를 절반 정도 지원할 계획이다.

▽왜 옥상 녹화인가〓옥상 녹화란 콘크리트로 된 옥상 전체에 흙 등을 깔고 키작은 나무나 초화(草花)류를 심는 작업이다. 옥상 곳곳에 나무를 심어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조경’과는 달리 건물 윗부분에 ‘녹색옷’을 덧입히는 개념이다.

옥상 녹화는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실용적인 기능을 한다. 여름에는 냉방 효과가 있어 콘크리트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생기는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겨울에는 거꾸로 보온이 된다. 서울시는 옥상 녹화로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를 연간 10%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옥상 녹화 지원 내용
건축물 유형옥상면적최대 지원액
기존 단독주택 40평 1000만원
공동주택 80평 2000만원
일반건축물 120평 3000만원
공공건축물 120평 3000만원
신축단독주택 40평 500만원
공공건축물 120평 1500만원

또 정원이 일시적으로 물을 담아두는 저수지 역할을 해 3시간 정도 빗물 유출을 지연하는 효과도 있어 수해 방지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자연적으로 공기를 정화하고 초화류가 벌레를 부르고 벌레는 새를 불러들여 도심속 생물 서식처 구실을 한다.

▽시청 별관의 성공 사례〓옥상 녹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중’과 ‘배수’. 정원 무게 때문에 건물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물이 새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는 우선 옥상 콘크리트 바닥에 방수액을 발랐다. 그 위에 압축 스티로폼을 성글게 깔고 위에 필터를 입혔다. 건물 안으로는 물이 새들어가지 않으면서 스티로폼 사이사이에 생긴 공간에 물을 저장해 가뭄에 대비하도록 한 것.

필터 위에는 10∼11㎝ 두께의 ‘육성토’를 깔았다. 육성토의 90%는 인공토양이다. 자연 토양을 1000도 이상의 고열에서 ‘뻥 튀겨’ 마치 스티로폼 가루처럼 부피가 크고 가볍게 만든 것이다. 그 위에는 검고 작은 자갈 모양의 ‘화선 토양’을 2∼3㎝ 두께로 깔아 가벼운 인공토가 날아다니지 않도록 눌러놓았다. 정원 주변 지대는 낮게 설계해 배수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이렇게 한 뒤 건물 안전진단을 한 결과 건물 안전에 지장이 없는 하중 기준(㎡당 120∼130㎏)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 위에 심어놓은 것은 한라구절초, 애기기린초, 두메부추 등 43종의 국내외 지피(地被)식물과 초화류. 특히 강아지풀과 개망초 쑥 등 23종은 저절로 자란 것들이다. 나비와 벌, 메뚜기, 방아깨비도 계절에 따라 이 곳을 찾는다.

90평 공간을 녹화하는데는 건물 안전진단 비용 1000만원과 녹화비 3600만원이 들었다.

▽민간 옥상 녹화 지원사업〓서울시는 내년부터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을 포함해 시내 단독주택 공공주택 일반 건축물 등을 대상으로 옥상 녹화비용의 절반 가량을 지원해준다. 옥상 면적 ㎡당 지원 금액은 기존 건물은 15만원, 신축 건물은 8만원.

최광빈 조경과장은 “일본 도쿄(東京)도는 올 10월 부지면적 1000㎡ 이상인 건물을 신축할 때 옥상 녹화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신축 건물의 녹화를 장려하는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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