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왜 위기 왔나]IT 경제 곤두박질…정책부재도 한몫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57분


벤처 실업(失業)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다 각종 벤처 관련 금융사고, 수익성 없는 비즈니스모델, 벤처정신 상실 등으로 업계 전반에 유동성(流動性) 위기가 초래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장기적인 전략 없이 무차별적으로 벤처 지원에 나섰던 정부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식어버린 정책의지〓현 정부는 출범 이후 경제정책의 핵심을 ‘벤처 육성’으로 보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다. 벤처 육성을 위한 관련 법을 만들고 코스닥을 활성화시키는 등 힘을 쏟았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에는 벤처와 관련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경제위기를 탈출했다는 생각이 앞서 벤처 육성에 대한 의지가 줄어든 데다 벤처 관련 정책이 금융구조조정 등 다른 현안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

특히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 부처가 제각기 벤처 관련 정책을 구사하면서 과잉 중복 투자는 물론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생겨났다.

한국벤처학회 초대 회장인 서강대 경영학과 지용희(池龍熙) 교수는 “정부의 벤처 지원정책이 너무 많은 부처에서 한꺼번에 경쟁적으로 나와 제대로 교통정리가 되지 못했다”며 “초창기에 정부가 비료와 물을 너무 많이 준 것이 오히려 산업 체질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실업자 대책 속수무책▼

▽벤처 실업 대책은〓실업자는 넘쳐나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전문가들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부 고용정책과 김영중(金暎中) 서기관은 “벤처 업계의 실직 사태를 알고는 있지만 실태를 파악하거나 특별 대책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며 “정부로서는 단기적으로 이들의 일자리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고정민(高精敏) 부장은 “실업자를 정부가 고용하거나 재교육시키는 등의 단기적인 대책은 시장의 수급 원리에 맞지 않고 실효성도 적다”며 “경기 부양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IT 분야의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최호원기자>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