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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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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조병현(趙炳顯·사시 21회)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 전자게시판에 띄운 '거대 담론의 함정' 이라는 글에서 "문제의식에 동의하지만 방법론에는 동조할 수 없다" 며 공동회의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 부장판사는 "중견법관들이 외부의 압력 때문에 왜곡된 판결을 하고 있다는 공동회의측 주장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자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 이라며 "검찰이나 행정부가 재판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본인은 견해표명 자체를 압력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원의 법률안 및 예산 제출권 등의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 개정이 전제돼야 하므로 삼권분립 원칙에 비춰 판사들이 집단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며 "그러나 법관 승진제 개선 등의 주장은 법원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곽용섭(郭龍燮·사시 35회) 인천지법 판사는 즉각 조 부장판사의 글을 재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곽 판사는 "판사라고 해서 헌법, 법률개정이 필요할 정도의 거대담론을 논의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며 "법관이야말로 사법시스템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당사자인 만큼 공동회의측은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 것일 뿐" 이라고 주장했다.
곽 판사는 공동회의측 주장을 "왜 중견법관들의 잘못된 판결 여부를 따지거나 일부 판사를 반개혁적 판사로 치부해 버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며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시도가 방법론에 대한 논쟁으로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법 강민구(姜玟求·사시24회) 판사도 사법개혁의 한 방안으로 사법예산 증대와 법관의 후생복지 개선, 인원충원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을 게시판에 올렸다.
이밖에 다른 많은 판사들도 공동회의측 주장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려 사법개혁 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