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재계,집단소송 "요건 완화-도입 재검토" 의견맞서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집단소송제 도입을 둘러싸고 2일 열린 공청회에서 소송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도입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재계가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섰다.

이날 법무부 주최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들은 소송의 대상 범위와 제기 요건이 너무 제한됐다며 정부안을 비판했다.

참여연대 김주영(金柱永) 변호사는 “법무부안은 소송 남발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소송의 대상 범위와 소송 제기 자격 등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었다”면서 “소송대리인의 집단소송 관여 건수 제한, 대리인의 피고사 주식투자금지 등 제한을 없애고 소송대상 행위에 ‘부실공시’ 등을 포함시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함시창(咸時昌·상명대) 교수도 “분식회계와 허위공시는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만 소송 대상으로 해 법안의 실효성이 제한됐다”면서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이 상장사의 11%(80개사), 코스닥 등록사의 1%(8개사)에 불과한 만큼 소송기준 자산규모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과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 활동의 어려움과 경기 악화 등의 이유를 들어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경련 김석중(金奭中) 상무는 “건전한 도입 취지와 달리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대외신인도 악화와 주가 하락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특히 미 테러사태에 따른 기업의 경영 위축을 고려할 때 도입 자체에 대해 더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법무실의 이경훈(李景勳) 상무도 “미국에서 증권집단소송은 증권투자 실패 또는 주가 하락에 대한 ‘보험’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기존 민사소송 절차를 보완해 피해자들이 공동으로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수렴, 이달 중 정부안을 입법예고하고 당정 협의 등을 거쳐 다음달 중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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