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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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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부대찌개 거리로 꼽히는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1동 ‘명물 의정부 찌개거리’는 손님이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쳐 상인들의 애를 태웠다. ‘부대찌개’가 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명물찌개’라고 이름붙인 이곳은 미군부대 음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강조하며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차댈 곳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던 이곳의 4일 낮 12시 점심시간. 23개 각 업소의 주차공간은 텅 비었고 식당 안에는 오랜 단골들만 간간이 찾아들 뿐 종업원들도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었다.
21년째 이곳에서 영업하며 상가 번영회장을 맡고 있는 보영식당 박평순씨(58·여)는 “이곳 업소들은 국내 유통 도매상을 통해 소시지와 햄, 고기를 공급받고 있으며 미군부대 음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보영식당 1, 2층 가운데 2층은 텅 빈 상태. 평소 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1층 테이블도 채 절반이 차지 않았다. 하루 점심에만 80인분 가량 팔렸지만 이날은 간신히 30인분을 파는 데 그쳤다. 저녁 예약은 전혀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번영회측은 ‘허가 업체에서 제조, 판매하는 제품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게시문을 만들어 5일부터 각 업소에 붙일 계획. 또 의정부 동두천 파주 등 각 시에서는 부대찌개 업소들에 대해 긴급 위생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부대찌개는 6·25전쟁 직후 미군이 남긴 음식을 재료로 만들어 한때 ‘존슨 수프’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해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게 이곳 업주들의 주장.
단 부대찌개의 핵심인 소시지와 햄, 고기 등은 국내산보다 외국제품이 맛이 뛰어나고 값도 싸기 때문에 업소들은 거의 전량 수입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수입된 제품이 아니면 단속에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때문에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음식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업주들은 주장했다.
이번에 미군 잔반(殘飯)이 유통된 데 대해서는 99년 미군이 한국인에게 맡기던 음식물 이송을 중간유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택배회사에 맡긴 것이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의정부시의 한 업주는 “99년까지는 불법이나마 제대로 된 미군 식자재가 유통됐지만 이후 중단되면서 잔반이 흘러나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업주들이 일러주는 ‘잔반 부대찌개’ 식별 요령. “햄이나 소시지의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육류의 잡부위가 섞인 것은 문제가 있는 찌개로 보면 확실하죠.”
<의정부〓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