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회의 "책임질 일 왜해"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6분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차관급 이상이 주재하는 주요회의에서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녹음기록은 아예 남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책임행정 정착을 위한 ‘회의록 공개운동’의 첫 사업으로 22개 정부부처의 회의록 작성 및 공개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2개 부처별로 ‘2000년 1월∼2001년 3월 실시된 차관급 이상 공직자 주재 회의에 관한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조사대상이 된 225개 회의 가운데 속기록이 작성된 것은 단 7개뿐이었고 녹음기록을 남긴 회의는 전혀 없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공공기록물 관리법 시행령 8조는 ‘회의록 작성 의무조항’을 두고 참석자 명단과 발언내용, 결정사항 및 표결내용을 기재토록 하고 정부기록보존소장이 지정하는 주요 회의도 속기록이나 녹음기록을 반드시 남기도록 규정돼 있다.

참여연대는 또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회의록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이들 회의도 속기록과 녹음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가 기관별 회의록 작성 성실도를 점수(100점 만점)로 환산한 결과 최고 점수를 받은 환경부마저 D등급(57점)에 불과했고 최하등급(F)을 받은 기관이 전체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회의록 작성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기관 성격상 회의록 공개가 어려운 국방부 국가정보원 법무부 외교통상부는 회의록을 모두 비공개처리했으며 국정원은 회의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와 산하 정부기록보존소는 주요 국가회의 리스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정부기록보존소의 경우 녹취록을 반드시 작성해야 할 주요 국가회의를 지정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새만금사업 강행 방침을 결정한 국무총리 주재 장관회의 회의록 등 국가 중대사를 결정한 각종 회의록에 발언자와 발언내용이 기록돼 있지 않아 어느 누구에게도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며 “조선시대보다도 못한 기록관리 실태가 ‘밀실행정’을 낳고 국가 전체를 무책임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은 회의록 공개법에 따라 연방국무회의 녹취록을 상세히 작성 공개하고 있고 국가안전과 관련된 기밀 회의록의 경우 일정기간(25년)이 지난 뒤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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