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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0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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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무법인 ‘대륙’의 존 김(한국명 김준민) 변호사 등에 따르면 KAL기 괌 추락사고 때 전신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살아난 손선녀씨(27·여)가 10일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시 자택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손씨의 한국 내 가족들은 보상금의 상속을 노린 타살일 가능성이 크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찰은 단순 사망사고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변호사들은 밝히고 있다.
▽의문의 죽음〓시체는 손씨 집의 수영장 개축공사 인부들에 의해 발견됐으며 발견 당시 손씨는 얼굴에 심한 타박상 등이 있었다고 김 변호사 등은 전했다.
손씨는 지난해 6월 미국에서 미국인 숀 마이클(34)과 결혼했다. 김 변호사와 국내에 있는 손씨의 언니 등에 따르면 손씨는 미국인과 결혼 후 심한 부부싸움으로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손씨는 사망 1주일 전쯤에도 미국인 남편과 심하게 다툰 뒤 남편 전처 소생 아들의 신고로 경찰서에 불려가 하루 동안 구금됐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손씨는 경찰에서 풀려난 직후 남편을 마약거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남편에게 “내 유산을 한푼도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손씨는 자신의 재산상속 대상에서 남편을 제외해 달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 사망 다음날인 11일 미국 현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공증할 계획이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재산노린 남편 소행?〓손씨가 유언장 공증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손씨의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남편과 생모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법조인들은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 경찰의 부검 결과 손씨의 시체에서 마약이 검출됐다”며 “손씨가 약물 투입으로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씨의 미국인 남편은 이 사건과는 별도로 현재 미국 경찰에서 마약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그러나 미국 경찰은 손씨가 수영장에서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와 국내 유족들은 이에 대해 “손씨는 몸의 화상 때문에 수영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며 “미국 경찰이 인종차별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와 유족들은 15일경 미국 현지로 가 미국 경찰에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손씨의 생존 후 생활〓손씨는 KAL기 추락사고 후 대한항공측과의 합의를 거부하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3월 600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았다. 당시 사고로 승객 등 228명이 사망했고 손씨를 포함해 26명이 살아남았다.
손씨는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학병원에서 레이저 화상치료를 받은 뒤 테네시주에 있는 생모 집에서 생활해왔다. 손씨의 생모는 손씨가 3세 때 손씨 아버지와 이혼한 뒤 주한미군 병사와 결혼해 이민갔다가 미국 현지에서 손씨의 사고 및 소송제기 소식을 듣고 연락이 닿아 20여년 만에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