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노조 과잉진압사건' 대한변협 진상보고서 요약(2)

  • 입력 2001년 4월 26일 14시 02분


4. 이 사건의 문제점

가. 노조의 업무수행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행위에 관한 시비

(1) 노·사·경 3자의 인식의 차이

이 사건은 노조사무실의 출입에 대한 대우자동차와 해고노동자의 대립, 그리고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기하여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노조사무실에 출입할 권리를 주장한 노조원과 노조사무실을 출입하겠다는 이유로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외형상 집회 또는 시위에 해당하며 적법하게 신고되지 않은 이동행위는 불법이므로 이를 저지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경찰의 대립에서 발단되었다.

(2) 조합사무실에 관한 노사간의 이견

노조사무실 이전에 관한 노사협의가 결렬된 가운데,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노조사무실의 집기, 비품들을 모두 서문쪽 사무실로 이전한 조치는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회사측에서 노조사무실을 이전하려는 의도는 회사의 편의상 조합원들의 출입과 접촉을 근본적으로 제한하여 조합활동을 가능한 한 위축시켜 보겠다는 의도 외에 달리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전한 사무실은 기존 사무실에 비하여 조합원들이 접근하는데 현저한 불편이 있어, 기존사무실보다 그 면적이 넓다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대체시설이라고 할 수 없다.

(3) 노동기본권의 보장

이 사건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은 대우자동차의 존속과 회생문제와 아울러 해고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해고노동자라 하여 곧바로 사회적 평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집단으로 간주되고, 그들의 모든 집회 및 시위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그들에게야말로 더욱 절실하게 자신들의 권익을 확보하기 위하여 활동할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이 주어져야 한다. 그들을 우리 사회의 문제 밖으로 배척하고, 우리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이 지난 2개월 동안 부평지역에서 노동자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불법시하고 극단적으로 통제한 것은 경찰력행사의 목적과 범위를 일탈하여 노동자의 기본권을 유린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4) 경찰공권력의 기능과 역할

대우노조원들은 어떠한 구호나 노래, 피켓, 유인물의 소지없이 단지 일부노조원이 머리띠를 두른 채 인도를 따라 평화적으로 행진하여 불특정 다수인들이 그 목적을 알기 어려웠고, 안다고 하더라도 다중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시위로 보기는 어렵다. 노조원 3-400명이 일시에 노조사무실에 들어간다 한들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회사의 조업방해가 현실화 또는 목전에 나타나지 않는 한 출입 자체를 저지할 수는 없다. 노동자의 평화로운 집회 및 시위는 보장되어야 하며, 경찰력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여 주기 위하여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 권리를 억압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노사간에 충돌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경찰병력을 배치하였다는 것은 수긍이 가지만 노동자의 집단적인 이동 그 자체를 사전에 봉쇄하려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여 노조원들이 그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보장하여 주고, 그들이 조합사무실을 출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조업을 방해하거나 회사측과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회사내부에서 경계를 강화하는 방책을 취하였어야 할 것이다. 노조사무실을 회사측에서 이전한 사무실로 보아야 할 것이냐, 기존의 사무실로 보아야 할 것이냐는 문제로 노사간에 다툼이 있었다 하나, 노사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였으므로 기존의 사무실을 출입하는 것으로 일단 받아들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회사측에서 새로운 사무실로 가도록 요구를 하므로 노조원들의 기존 사무실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무실 문제에 관하여 회사측과 먼저 협의하라고 하였고, 4. 10.에는 남문에서 600여미터 떨어진 곳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여 노조원들의 통행을 저지한 것은 공권력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5) 노조의 정당방위론

노조측에서는 노조의 업무를 방해하고 노조원들의 통행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경찰력이 불법적으로 행사되는 경우, 이에 동원된 경찰의 저지행위는 위법행위이고 그들은 모두 현행범이므로 그들을 체포하여 수사기관에 인도하는 것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라고 언급한 바 있으나, 그 실행의 적법 타당성을 확인받기 위하여는 신중한 검토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노동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위한 집단적 이동에 대한 경찰의 경계 또는 대기행위라면 적법한 공무수행 범위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를 초과하여 아예 그 출입을 위한 이동자체를 저지하거나 봉쇄하는 행위는 적법한 공무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곧 경찰의 범죄행위로까지 단정하고, 그에 대항하여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통행을 저지하는 것만으로 이에 대항하여 물리적 공격행위를 한다거나 일부 경찰을 대오에서 격리시켜 체포하는 행위는 정당방위의 수준을 넘어가는 행위로 생각된다.

나. 경찰의 과잉진압의 위법성

(1) 4. 10. 16:00 경에 이루어진 경찰의 진압행위는 스스로 집회 및 시위에 대비하는 기본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는 안전진압, 인내진압과는 천양지차가 있었다. 경찰이 진압을 개시하였던 시각에 노조원들은 노상에서 웃옷을 벗고 드러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상태로, 경찰에 대하여 물리적으로 저항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모두 비무장의 상태였으며, 노조원에 붙들린 경찰들은 경찰의 대오에서 약 20-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비교적 느슨하게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여 앉아 있었을 뿐 폭행을 당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것이 녹화테이프에서 확인된다. 그러므로, 그들을 구출하고 노조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서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경찰이 붙들려 있는 지점으로 전격적으로 돌진하여 노조원들을 분리 연행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며, 물리력은 그에 저항하는 경우에 최소한도로 사용하여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2) 그런데, 경찰은 16명의 경찰이 붙들려 있던 위치에 한하지 않고 노조원들에게 전면적으로 달려들어 곤봉으로 내리치고,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걷어찼으며, 이미 나동그라진 노조원을 향하여 거듭 곤봉으로 치고 발로 차는 장면이 많았다. 경찰이 노조원들을 가격한 부위는 머리, 가슴 부분이 많았으며, 전신타박상을 입은 노조원들이 많음도 주목된다. 노조원들 가운데 머리와 얼굴에서 낭자하게 피를 흘리는 이들이 많았고, 실신한 이들이 있었으며, 허리, 다리 등을 다쳐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 많았다.

이와 같은 경찰의 진압행위는 명백히 위법한 폭력진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시 경찰은 선제적으로 공격하였을 뿐 아니라, 잔인하고 가학적인 살상적 행위를 하였다고 추궁 받아도 변명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비록 사망자는 없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은 진압방식을 사용한다면 사망자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으나, 그 중에 영구장애자가 나오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스럽다. 공권력이 노동자들에 대하여 그토록 적대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3) 이에 관하여 경찰은 그와 같은 진압은 결코 지휘관의 명령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고, 격분한 상태의 일부 경찰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라고 변명한다. 그리고, 과잉진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이미 부평경찰서장, 인천지방경찰청장이 직위해제되었으며, 과잉진압을 자행하였던 1002중대는 해체하여 분산 배치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진압행위가 상급지휘관의 명령없이 전·의경대원들이 격분하여 행동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스럽다.

현장녹화사진 가운데는 전·의경대원이 아니라, 중간간부로 보이는 경찰이 먼저 곤봉으로 후려치는 모습이 목도되었고, 현장에서 경찰들 사이에 ‘야 명령 떨어졌다. 조져, 조져’, ‘피 몇방울 흘린다고 죽지 않아. 이때까지 참았으니 실컷 몸풀어’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다.

그리고, 재차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최초의 살상적 공격이 일어났을 때 경찰이 주춤 물러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에 현장지휘관들에게 안전진압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즉각 중단시켰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더욱 과격하고 본격적인 진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경찰간부들이 그와 같은 진압수준을 묵인한 것으로까지 생각되는 바이다.

당시 사건현장에는 부평경찰서장 뿐 아니라 인천경찰청 차장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녹화테이프에 나타나 있다. 그리고 타지역의 응원병력이 함께 출동하였는데, 응원병력의 출동은 전국을 관할하는 경찰청장 차원에서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경찰은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일부대원, 일개중대의 일탈행위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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