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거목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별세

  • 입력 2001년 3월 21일 22시 55분


87년 전경련회장직을 인수인계하면서
87년 전경련회장직을 인수인계하면서
현대그룹 창업자이자 한국 경제계의 거목인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1일 오후 10시 별세했다. 향년 86세.

정씨는 이날 오후 들어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면서 의식을 잃어 서울중앙병원 의료진의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증. 정몽구 몽근 몽헌 몽준 몽윤 몽일씨 등 아들들과 정인영 순영 세영 상영 순영씨 등 형제들이 임종했다.

고인은 현대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난해 봄부터 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져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병원과 자택에서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1915년 강원 통천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18세 때 맨주먹으로 상경해 성실과 근면으로 한국 최고의 재벌가를 일구면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오일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제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 자동차와 중공업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또 서울올림픽을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고인은 98년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해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고인의 유해는 밤새 서울 청운동 자택으로 옮겨졌으며 국내외 전 사업장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장례는 25일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영.

<김동원·하임숙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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