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페미니즘 2화

  • 입력 2001년 1월 27일 15시 09분


▼무릎꿇는 남자들▼

―남아선호 사상이 오히려 남성 지배 사회를 붕괴시키는 요인이 되는군요?

“붕괴시키게 되겠죠.”

―여자들이 자업자득이라고 하겠는데요?

“그런데 그걸 누가 주도했느냐, 여자들이 했어요.”

―참 역설적인 얘기네요.

“여성이 남자 아이를 원해서 그런 일을 한 거예요. 결국 딸을 낙태시키고 아들만 낳은 어머니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겁니다. 아들 중에 결혼 못하는 아들이 생길 테니까요. 또 여자가 귀하니 결혼하려면 딸 가진 집에 완전히 굽혀야 하지요. 그럼 결혼해서 기도 못 펴고 살 테고.”

―동물의 세계에서도 가부장제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습니까.

“포유류 동물세계에는 처첩제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수컷 한 마리가 여러 암컷을 거느리죠.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속사정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조랑말을 연구하고 있는데, 수말 하나가 여러 암말을 거느려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나이 많은 암말이 지배권을 갖고 있습니다. 암말 여럿이서 집단을 이루고 그 암말 중 제일 우두머리가 수말을 하나 선택해요. 너 들어와, 하고. 그 수말로 하여금 여러 암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죠. 수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쫓아낼 권위를 가진 것이 바로 나이든 암말이에요.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 하면 음식을 먹을 때 보면 알 수 있어요. 만약 그 수말이 왕초면 제일 먼저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나이든 암말이 먼저 먹어야 다른 말들도 먹기 시작해요. 사자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수사자가 암사자를 거느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암사자들이 만든 사회에 수사자가 들어와 얹혀 사는 겁니다.

침팬지 사회를 들여다보면 날뛰는 것은 다 수컷이에요. 겉보기엔 수놈이 권력을 쥐고 있죠. 그런데 누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누가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느냐고 물으면 답은 암놈이에요. 이런 걸 보면 포유동물의 세계는 암컷이 지배하는 세계로 볼 수 있죠.”

최교수 분석에 따르면 고대의 인간 사회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즉 마을의 족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데, 대개 그 조언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머니였다는 것. 조선시대에 ‘대비마마’가 상당한 권력을 가진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본다.

―가부장제는 생물학적 근거가 없는 제도이군요?

“인간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산물이지, 생물학적·진화적 산물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여성들이 가부장제를 타파하려고 하는 건 지극히 정당한 행위로 봐야겠군요?

“동물들이 그러니까 꼭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고….”

―자연의 원리에 비춰 말입니다.

“자연의 원리로 보면 분명 가부장제는 근거가 없는 제도입니다. 가부장제의 기본사상은 남성이 중심이 돼 대물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 대물림은 여성을 통해 이뤄집니다. 정자는 난자에 유전자의 반을 제공할 뿐입니다. 생식에 필요한 온갖 요소는 난자에 있어요. 난자는 유전자의 나머지 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반씩 합해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난자에 비하면 정자의 기능이나 역할은 아주 미미한 것이죠.”

▼대물림은 여성 통해▼

―그렇지만 정자가 없다면 수정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생물 중엔 처녀생식하는 것들도 많아요. 또 알을 한 번 찔러만 주면 생식이 이뤄지는 것들도 있고요. 정자는 혼자서 자식을 못 만들어도 난자는 혼자서 자식을 만드는 예가 비일비재하죠. 그런데 인간의 경우는 그게 안 돼요.”

―인간의 경우는 절대 불가능한가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런 쪽으로 진화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그렇게 태어났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현대 생물학적인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앞으로 체세포로 사람을 복제하는 세상이 온다면 남성이고 여성이고 할 것 없이 다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겠지요.”

―자기 체세포에서 복제해가지고요?

“자기 체세포에서 복제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난자를 살 수도 있죠. 난자를 사 시험관에서 자기 정자와 결합시켜 아이를 만드는 거죠. 그런 세상이 오면 결혼 풍토도 많이 바뀌겠죠.”

―동물들은 생식욕 때문에 섹스를 할지 몰라도 인간은 성욕이나 성충동이 생식욕구보다 강하지 않습니까.

“동물도 짝짓기를 할 때 자식을 낳아야지 하고 짝짓기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인간도 섹스를 하다 보면 저절로 자식이 생기게끔 자연선택이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인간은 섹스를 무지무지 좋아하게끔 진화했어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늘 성에 사로잡혀 삽니다. 다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가 있는 거죠.”

동물의 세계에서 유추하면 남성의 성충동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듯싶다. 최교수의 견해로는 성범죄의 범위가 넓어지고 처벌규정이 강화된 지금 남자들은 무조건 몸조심할 수밖에 없다. 때로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동물 세계에서도 수컷은 치근거리는 동물이고 암컷은 빼는 동물입니다. 원천적으로 (성충동을) 없앨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결국 이성적인 수준에서 여성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규범을 만들어 지키는 수밖에 없는데, 최소한 직장이나 사회에서 여성에게 수치심을 안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죠. 어쨌든 한동안 시계추가 저쪽(여자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제까지 남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으니까. 남자들이 완벽하게 조심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이죠. 한동안 추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세월이 좀 지나면 서서히 중심으로 돌아올 겁니다.”

남자들, 무조건 조심해야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성욕이나 성충동이 강하지요?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암컷도 성욕이 셉니다. 그런데 암컷은 수컷보다 신중하죠. 왜냐하면 수컷은 여러 암컷에게 마구 정자를 뿌려도 손해날 게 없지만 암컷은 아차 잘못해 시원찮은 수컷의 정자를 받아들이면 질이 좋지 않은 자식을 낳게 되니 암컷은 (수컷을) 고를 수밖에 없지요. 겉으로만 보면 수컷이 성욕이 세죠.

그런데 암컷도 여러 수컷을 상대합니다. 그게 암컷에게도 유리할 수 있어요. 자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여러 수컷을 상대해서 여러 정자를 모아 경쟁을 시키면 그중 가장 건강한 정자가 난자와 만날 겁니다. 그놈이 가장 훌륭한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동물의 몸 속에서는 이른바 정자 전쟁이라는 게 있어요. 한 수컷과 교미하는 암컷보다는 여러 수컷과 교미한 암컷이 더 좋은 유전자를 받을 가능성이 크죠.”

―여권 신장 차원에서 일부 여성들이 주장하는 프리섹스와 관련시켜볼 수도 있겠는데요?

“섹스와 번식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면 여성이 꼭 한 남자만 상대해야 할 이유가 없죠. 여성도 욕망은 느끼되 그 욕망을 그대로 노출시켰을 때 유리한 점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에 자제한다고 봐야죠. 그렇게 보면 남성은 성욕이 강하다기보다는 자제력이 약하다고 봐야겠죠.”

―예로부터 남자들은 여자의 성을 억눌러 왔습니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자는 음탕한 여자라고 비난하고.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보면 비난할 근거가 없지 않습니까.

“사실은 없어요. 다만 여성은 남성보다는 번식을 자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피임을 철저히 하지 않는 한 (남자들에게) 당하기 쉽죠. 남성은 어느 날 밤 어느 여자를 상대했는지, 그 여자가 임신해 어디서 내 자식을 키우고 있는지 모르지만, 여성은 늘 부담을 안게 돼 있죠.”

이런 얘기를 하면 으레 궁금해지는 것 중 하나가 일부일처제의 기원과 타당성이다. 최교수에 따르면 포유류의 대부분은 일부다처제를 취하고 있다.

“인간도 어떻게 보면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러울 수 있어요. 한 인류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족수로 계산하면 일부다처제 종족이 일부일처제 종족보다 많아요. 절대 다수의 종족이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 수로 보면 일부일처제가 많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명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인간이 오랫동안 일부다처제를 유지해온 동물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일부일처제로 바뀐 것은 사회적인 진화로 봐야 합니까.

“제가 보기에는 사회 질서 유지와 관련된 것 같아요. 옛날엔 힘있는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를 거느렸어요. 그 탓에 여자가 없어 결혼 못하는 남자가 굉장히 많았어요.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면서 평등과 균배의 개념이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교수에 따르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남녀평등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꿀지 모른다.

“시험관에서 아기 키우는 시대를 지나 머잖아 자기 장기를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닥쳐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지금 이걸 연구하는 팀이 많은데, 일단 여자가 자신의 자궁을 복제해 병원에 놓아두죠. 그런 다음 남편의 정자와 자신의 난자를 복제한 자궁에 담아두면 배부를 이유가 없죠. 각자 자기 일 하다가 병원에 들러 가끔 들여다보기만 하면 돼요. ‘우리 애 잘 크고 있네’ 하면서. 9개월쯤 지나 병원에서 ‘이제 애 데리고 가십시오’ 하고 연락이 오면 가서 데리고 오면 되죠. 젖은 우유로 대체하면 되고.

그러면 당연히 아이를 같이 키우자는 얘기가 나오겠죠. 그 상황에선 남편도 ‘왜 내가 해’라고 거절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야말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이 되는 거죠.”

포유류는 일부다처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과거에 그런 주장을 폈지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여성이 임신과 출산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남녀간 성적 차이가 사라지므로 진정한 남녀평등이 온다는 주장이죠.

“그런다고 여성성이 없어지지는 않겠죠.”

―그게 또 논란거리예요. 여성성과 남성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과연 모든 여자가 여성성을 없애기를 원하느냐. 그렇지 않을 겁니다. 또 없애는 것이 능사냐. 그것도 아닐 거라고요. 여성성에 좋은 점도 많기 때문이죠. 여자들이 원하는 건 분명 남녀 평등입니다. 그렇지만 평등하다고 해서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죠.”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성, 특히 모성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순결 이데올로기처럼 남자들이 여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허상이라는 거지요.

“모성 개념은 생물학적인 근거가 있어요. 왜냐하면 아홉 달씩이나 몸 안에 넣고 교감을 하기 때문이죠. 남자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잖아요. 만약 복제된 자궁에서 애를 낳아 기른다면 좀 다르겠죠. 그 경우엔 과연 모성이라는 게 여성에게 있는가 하는 걸 한번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죠.”

남성성 여성성은 구분해야

―파이어스톤이라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생물학적 재생산 기능을 여성 종속의 근원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은 아까 여성 종속의 원인을 경제력 면에서 말씀하셨지요?

“어떻게 보면 둘 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얘기한 건 문화적인 측면에서고. 여성 문제의 근원은 아무래도 생물학 차원에서 설명해야겠죠. 포유류 암컷의 조상이 잘못한 거죠. 새끼를 몸 밖에 내놓는 게 싫으니까 몸 안에 오랫동안 품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러다 보니 수컷한테 자유를 줄 수밖에 없었죠. 그건 어떻게 부인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생물학자들에 의해 그 구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어요.”

―물리적 힘, 즉 폭력이 남녀 관계를 결정한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몸집이 큰 동물로 진화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건 일부다처제 동물들의 공통된 특성이기도 해요. 그래서 남성 폭력이 문제가 되죠. 일처다부제를 하는 새들이 있는데, 암컷이 훨씬 크고 싸움도 잘해요.”

―호르몬의 문제인가요?

“그렇죠. 여자는 성장호르몬이 빨리 나와요. 그래서 여자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빠른 겁니다. 그런데 생물학적 원리에 따르면 일찍 크면 많이 못 커요. 그래서 남자 아이들이 나중에 여자 아이들보다 더 커지죠. 호르몬을 조절하면 여자가 더 커질 수도 있죠.”

―동물도 그렇습니까?

“대부분 그래요.”

―여자들이 임신 출산 양육 등 주로 정적인 일을 하다 보니 근육이 퇴화했다는 설도 있는데 근거가 있습니까?

“생물학적으로 보면 남성과 여성은 근육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여자들은 아무리 운동을 해도 남자만큼 되기가 쉽지 않아요. 남성호르몬과 관련된 것이죠. 그래서 힘 싸움으로는 여성이 불리할 수밖에 없죠.”

―인간 남성과 동물 수컷의 폭력성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에 인간 남성은 어느 동물보다도 폭력적입니다. 조직적인 폭력까지 휘두르는 걸 보면 굉장하죠. 여자에 대해서도 그렇고. 전쟁이 폭력의 극치잖아요. 그런데 남성들은 전쟁터에서 또 여성들을 유린합니다. 그런 점에서 남성은 폭력의 기원이라 볼 수 있죠.”

―그 얘기를 들으니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남성과 여성의 기질이 생래적인 거냐, 아니면 사회적으로 길든 거냐는 의문입니다. 이 문제는 페미니즘의 근본 과제이기도 하죠.

“둘 다 해당되죠.”

▼가부장제 붕괴는 순리▼

최교수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기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흔히 얘기하는 남성성, 여성성 개념엔 오류가 많다고 한다. 학습과정과 환경에서 비롯된 차이를 근원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붕괴는 어찌 보면 자연의 질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동물의 세계에선 암컷이 중심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얘기하면 큰일나죠. 그렇게 말하면 안 되고…. 저는 여성의 세기는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성의 문제로 봅니다. 여성의 세기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 갖춰진 겁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걸 남성들이 반겨야 합니다. 지금의 불평등한 남녀구도를 진정 즐기는 남성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어요. 자기 부모 집에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남편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처가에는 편안하게 가지만 본가에 한번 가려면 부인 눈치 봐야죠, 뭐 해야죠, 신경 쓰이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어쩌면 우리 사회에선 이미 여성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지 몰라요.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호주제를 등에 짊어지고 남성들이 겪는 고통이 너무 커요. 실업사태 나면 왜 아빠들이 서울역 지하도에 가야 됩니까. ‘내 책임이다’하고 다 뒤집어쓰고 가잖아요. 그게 왜 남자만의 책임입니까. 호주라는 강박관념 탓이지요.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남자가 무지무지 살기 힘든 세상이에요. 여성들은 ‘에이 그런 망발이 어디 있느냐’고 하겠지만 통계가 말해줘요.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40∼50대 남자들의 사망률이 두드러지게 높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사망률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나라가 없어요. 왜? 대한민국 남성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직업전선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제고 뭐고 다 떨쳐버리면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 고생을 왜 사서 합니까. 호주제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남자들 세상은 이미 다 갔어요. 껍데기만 남은 제도를 왜 빨리 안 버리는지….”

―가부장제의 붕괴가 여성 해방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남성도 해방된다는 말씀인가요?

“제 생각에는 남성이 지금보다 훨씬 편해지죠.”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여성이 해방된다는 건 그만큼 남성이 짐을 벗는다는 걸 뜻합니다. 무책임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짐을 진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호주제 폐지는 남성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한다고 봐요.”

조성식/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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