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명분보다 준법 우선"…대법 낙선운동 위법판결

입력 2001-01-26 18:45수정 2009-09-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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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6대 총선 당시 총선연대가 벌인 낙선운동이 선거법위반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은 선거운동에 실정법을 엄격히 적용해 법 테두리를 지키는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사법부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원고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원심(항소심) 판결이 정당하고 법 적용에도 문제가 없다며 그대로 인용했다. 항소심은 “낙선운동은 당국의 선거관리 및 지도역량을 정면으로 무력화하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법 자체의 위헌성 여부에 관한 논란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사법부 '가이드라인' 제시▼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정기간 중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 규정이 있고 시민단체가 이를 어긴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판결내용은 ‘법을 어긴 것은 위법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총선연대가 주장하는 ‘합법성’이 아닌 ‘정당성’ 여부는 궁극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지법에는 4·13총선 당시 낙선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최열(崔冽) 총선연대 공동대표와 박원순(朴元淳) 상임공동 집행위원장 등 총선연대 간부 7명에 대한 형사재판이 계류 중이다.

▼헌재서 최종 판가름 날듯▼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특정기간 중 선거운동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 일부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대휘·金大彙부장판사)에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선거운동이 금지된 기간에 거리시위나 피케팅, 가두방송을 통한 의견표현 등을 금지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와 참정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총선연대 "국민감정 무시" 반발▼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사안 자체가 어렵고 까다로워 좀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 재판부는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될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8조 2항에 따라 피고인들이 직접 헌법소원을 낼 수도 있는 만큼 이 사건은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낙선운동을 막는 현행법이 헌법정신에 합당한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한편 총선연대측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총선연대측은 “대부분의 국민이 낙선운동을 지지하고 있으며 국민 스스로가 선거법 회복운동을 하고 있는데도 법원이 형식논리대로 실정법을 적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의 참정권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법적으로 제약한 것은 앞으로 선거에 가져올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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