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10대뉴스' 내용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2시 57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선정한 2000년 여성운동 10대 뉴스

1. 군산 매매춘지역 화재 참사로 드러난 노예매매춘문제

20대 초반 여성 5명이 사망한 군산 매매춘지역 화재참사사건과 관련 여성, 시민, 종교단체들은 포주, 경찰, 공무원 등 관련자 14명을 고발하였다. 이 사건으로 포주들에 의한 감금과 강제매춘으로 여성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어왔고 단속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경찰 등이 포주들로부터 뇌물을 상납받아온 검은 부패고리가 속속 밝혀지기도 하였다. 군산사건으로 경찰청은 전국의 노예매춘을 일제단속하기도 하였지만 군산사건은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의 실효성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사건이자 그동안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왔던 매매춘 문제의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예고한 사건이기도 하다.

2. 호주제폐지 청원, 위헌소송 등 호주제폐지운동 본격화

호주제폐지 청원, 호주제 위헌소송 전개, 11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결성 등 여성단체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쳐 호주제폐지를 위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한 해였다. 또한 위헌소송이라는 새로운 운동방식과 호주제도로 인한 피해자들의 생생한 사례는 호주제폐지의 당위성을 여론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3.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에 의한 성희롱, 여성비하 발언

한 시민운동가의 성추행 사건, 외교통상부 장관의 성희롱 발언, 국책연구기관 원장의 성추문 논란, 부산지방경찰청장의 여성비하 발언 등 2000년 한해는 특히 공직자 및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희롱 및 여성비하 발언이 많았던 한해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성희롱 발언, 뿌리깊은 남성우월주의로 인한 여성비하발언 등은 왜곡된 남성중심적 성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한국 여성의 80%가 성희롱을 경험하고 성폭력 발생율 세계 2, 3위인 현실을 각인시켜준 사건들이었다. 공직사회의 성희롱 및 남녀차별 예방을 위한 성인지 교육 등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왜곡된 성문화와 관행을 함께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4. 여성운동, 총선연대 활동에 적극 참여

2000년 상반기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2000년 총선시민연대>에 총 1,000여개 참여단체 중 90여개의 여성연합 소속단체가 참여하였다. 또한 여성부문에서는 별도로 여성유권자운동과 여성정책 공약요구운동 등을 전국적으로 추진하여, 정치개혁운동에 여성운동이 비중있게 참여하였다. 86명의 낙선대상자 중 59명을 낙선시키고(68.6%) 수도권 낙선대상자 20명 중 19명을 낙선시켜(95%) 유권자운동의 승리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여성운동단체가 여성과제 뿐 아니라 주요한 사회개혁과제에 적극 결합하였다.

5. 보험설계사, 캐디, 학습교사들의 노동자 선언

현재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88컨트리클럽, 한성컨트리클럽, 한양컨트리클럽 등 골프장 캐디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이중 88컨트리클럽은 46일간의 파업 끝에 합의안을 타결하는 성과까지 거두었다. 보험설계사들도 '전국보험모집인 노동조합'을 결성하였고, 학습지 교사들도 재능, 대교 등 기업별로 노동조합을 건설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들은 현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한편,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도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6. 법원, 성차별적 구조조정 손들어주다 - "농협 사내부부 부당해고 소송 패소"

지난 11월 30일 서울지방법원은 소송이 시작된 지 1년 7개월만에 농협 사내부부 부당해고 청구소송을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청구기각의 주요 사유로 당시 정황상 피고인 농협중앙회가 원고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였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본 판결에서 원고가 제시한 증거들은 전혀 채택되지 못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행된 여성우선해고를 합법화하는 반여성적인 것이며, 성평등한 사회 건설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꾸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7. 비례대표 30%여성할당제로 여성국회의원 두배로 증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체적인 국회의원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17명(6.2%)이라는 여성의원이 국회에 입성하였다. 이는 15대 여성국회의원수 11명(3.1%)과 비교하면 2배에 해당하는 양적 확대를 이룬 것으로써, 여성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한 30% 여성할당제 운동의 성과이기도 하다. 또한 2000년 첫 국정감사에서도 시민단체가 평가한 상위의원 30명 중 5명이 여성의원으로 나타나 의정활동에서도 뛰어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밝혀져 여성정치세력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8.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에서 '히로히토' 일본정부 유죄판결

지난 12월 7일부터 12일까지 도쿄에서 법률 전문가들과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이 열렸다. 법정에서는 일본의 전 국왕인 히로히토에게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2차 대전 직후 열린 도쿄전범재판의 결과를 뒤엎었다. 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의 과거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고발한지 10년만에 이루어낸 이러한 성과는 비록 민간법정이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가해자의 증언과 책임자를 적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또한 이는 피해국 여성단체가 중심이 되어 10여년 동안 줄기차게 벌여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여성운동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9. '러브호텔' 난립반대운동의 대중화

고양시를 기점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된 '러브호텔' 난립반대운동은 교육환경과 주거환경의 침해에 대하여 지역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주민들이 더 이상 방관자적 위치에 머물지 않고 지방행정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활동이었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고양시 러브호텔 난립반대 활동은 고양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공대위 활동으로 확산되었으며 지방자치제도의 개선을 위한 주민소환제, 주민소송제 등의 제도적인 요구로 결집되고 있다. 이는 여성운동의 지역화, 풀뿌리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활동이었으며,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에 접근하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과제를 발굴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10. 다시 시작하는 남북여성교류

북한노동당 창당 55주년을 기념하여 북한 당국이 남한 시민사회단체지도자들을 초청, 여성계는 여성연합 대표단 3명이 북한을 방문하여 10월 13일 조선여성협회 홍선옥 회장 등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수년만에 역사적인 남북여성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신문, YWCA, 여협 등 5개 여성단체들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 함께 11월에 방북하여 6·15 선언 실천을 위한 연찬회 개최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돌아왔다. 또,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에서는 북한의 종태위(종군위안부태평양전쟁대책위)와 남한의 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대표들이 일본천황과 전범들을 공동으로 기소하는 등 남북여성들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뜨거운 자매애를 확인하게 되었다.

▲연락 : 이구경숙 정책부장

(T. 2273-9535 / 016-813-0089 / ks29@women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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