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 제약사 의약품 납품가 조작…도매상에 공급중단 위협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49분


제약회사들이 도매상들을 통제해 의약품 가격을 높게 받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도매상들에 특정 가격으로 보험의약품을 납품하도록 강요한 35개 제약회사와 제약협회를 공정거래법 위반혐의(재판매가격유지행위 금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에 대해 곧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도매상들에 대한 납품가 통제는 자율적인 가격 결정과 가격 인하 경쟁을 막음으로써 결국 환자와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간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제약회사는 작년 11월15일 의약품 덤핑을 막기 위해 보험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도가 실시되자 도매상들에 공문 등을 보내 이 제도에 규정된 상한가로 병의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라고 강요했다.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정부가 고시해온 의료보험 약가가 아닌 의료기관의 실제 구입가로 의료보험공단이 상환해주는 제도. 즉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값의 20%만 받고 약을 주고 나중에 의보공단에서 80%를 받는 방식으로 품목별로 상한가가 정해져 있다.

제약회사들은 실거래가 상환제도 도입으로 의료보험 약가가 평균 30.7% 인하되자 의약품 납품 가격을 상한가로 통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제약회사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 도매상에 의약품 공급을 중단했으며 제약협회도 의료보험 약가 상한가로 의약품을 공급하도록 회원사들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매년 두차례 조정되는 의료보험 약값 지급 상한가가 의료기관의 구입가격에 연동돼 결정되기 때문에 이 같은 제도상의 허점이 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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