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당 사장등 30여명 장애인들 초청 '사랑의 잔치'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16일 서울 종로구 평동 2층에 자리잡은 양식당 ‘블루 하와이’의 점심시간은 이색 손님을 맞기 위한 자원봉사 요리사들과 웨이터들의 손길이 바빴다.

주방에서 주방장 복장을 차려입고 불고기요리에 정신이 없는 주방장은 행정자치부 국장님이었고 식탁을 정리하고 반찬을 준비하는 요리사는 벤처기업 대표였다.

손님들이 도착했다는 소리에 1층으로 달려간 20여명의 웨이터들은 이 레스토랑의 여사장님은 물론 행자부 여서기관, 증권회사 임원과 승려도 있었다.

웨이터들이 모시고 온 손님들은 한결같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1, 2급 지체장애인이나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뇌성마비장애인들.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천사원의 중증 장애인 40명이었다.

뇌성마비로 몸무게가 35㎏밖에 안되는 진우는 사랑이 담뿍 담긴 양념맛이 좋아서인지 다른 요리보다 불고기만 찾았고 4월이 생일인 뇌성마비환자 용태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생일케이크 촛불을 끄며 힘들게 박수를 치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다운증후군 환자인 호준이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것에 흥이 난 나머지 마이크를 잡고 알아듣기 힘든 발음이지만 정성껏 ‘사랑으로’를 마지막 소절까지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점심식사 후에는 더 신나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구경 한번 제대로 못한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밀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경복궁과 인사동 거리 소풍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이 레스토랑의 장화정(張畵晶·42·여)사장이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 소망이라는 은평천사원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들의 작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장소를 제공하고 음식을 마련한 첫 번째 잔치. 요리와 서빙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은 장사장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시민자원봉사회 회원 30여명이었다.

장사장은 “장애인의 날인 20일에는 63빌딩 계단을 걸어 오르며 장애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마음의 문턱을 낮추면서 장애인자료정보센터 기금을 모집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했다. 02-723-0352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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