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30株의 위력'…삼성SDS주총 기습참석 주식증여 항의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삼성그룹계열 삼성SDS가 소액주주를 대표한 참여연대의 주주총회 ‘기습참석’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SDS e트레이딩센터에서 열린 이 회사 올해 정기 주총에서 총 발행주식 1200만주 가운데 30주를 대표한 참여연대 관계자 3명(전체 참석자는 200여명)은 회사측을 물고 늘어졌다.

반면 회사측 입장에 동조하는 주주들이 참여연대측을 비난하기도 해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해까지 통상 30분이면 끝났던 이 회사의 올해 주총은 3시간10분이나 걸렸다.

이날 참여연대측이 제기한 문제는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의 장남이자 삼성SDS 최대주주인 재용(在鎔)씨에 대한 주식증여와 의사진행의 문제점 등 크게 두 가지.

참여연대 김기식정책실장은 김홍기(金弘基)삼성SDS사장이 회사측이 결정한 이사 2명 선임을 박수로 통과시키려 하자 “신규 임원에 대한 신상도 주주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 안을 통과시키려 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김실장은 또 “신임 이사들은 지난해 이재용씨 등 특수관계인들에게 사모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을 통해 주식을 시가의 8분의 1 가격에 넘겨준 주역”이라며 “주총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무효소송이라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주는 “몇 주밖에 갖고 있지 않은 소액주주에게 발언권을 많이 주는 것 아니냐. 그냥 통과시켜라”고 반박했다.

또 임원보수액 결정 때 참여연대 회원인 김진욱씨가 “이재용씨 가족에게 돌아간 이익은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나 다름없다. 보수액을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 회의장이 다시 소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주총은 지난해 참여연대가 참석한 삼성전자 주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었다. 삼성관계자는 “삼성SDS 주가가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이날 참석한 다른 주주들이 시민단체에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동시에 열린 삼성전자 주총은 올해 참여연대가 삼성SDS 등에 관심을 쏟는 바람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신설,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지난해 8시간45분이나 걸렸던 주총은 2시간10분만에 끝났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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