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절차 엄격제한…3분의1 줄듯

  • 입력 1999년 12월 25일 02시 29분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국회 법사위가 감청대상범죄를 대폭 축소하고 감청절차를 엄격히 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수사기관의 ‘실천’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사위는 400여개에 이르는 현행 감청대상범죄를 280여개로 축소했다. 감청대상범죄 수로만 보면 감청건수가 3분의1 가까이 줄어들 여지가 생긴 셈이다.

법사위는 또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 그동안 쟁점이 됐던 형법상 수뢰 및 사전수뢰, 제3자 뇌물제공, 수뢰 후 부정처사죄를 감청대상 범죄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금품수수 액수가 1000만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죄는 감청대상 범죄에 계속 포함된다.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수사기관이 가입자의 성명, 주소, 통화대상 전화번호 등 통화정보를 제공받을 때의 절차를 대폭 강화한 점이다. 이전에는 수사기관이 협조공문 한장으로 통화정보를 얼마든지 받아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만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5.3%가 증가한 61만6444건(전화회선 기준)의 통화정보가 수사기관의 손에 들어가는 등 개인신상정보 유출이 심각했다. 법사위가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통화정보제공을 요청토록 한 것도 심각한 신상정보 유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익명의 전화에 의한 사생활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강화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대로 전화협박이 △97년 3만8000여건 △98년 12만2000여건 △99년 1∼8월 11만7000여건 등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 앞으로 전화국이 수신인의 요구만 있으면 전화를 건 쪽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도록 했다.

감청 등에 대한 국회의 감시조치가 강화된 점도 진전된 대목이다. 국회가 요청할 경우 경찰청장 검찰총장 등 수사기관의 총수가 감청관련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한편 국가정보원이 분기별로 국회 정보위에 통화정보제공에 대해서 보고하도록 한 조항이 그것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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