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교수『정부가 나서 재벌 철저히 개혁해야』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8시 21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만 1년을 맞은 시점에서 서울대 정운찬(鄭雲燦·경제학부)교수가 ‘정부 주도의 과감하고 근본적인 재벌 및 금융개혁’을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정교수는 국내 경제학계에서 ‘정부가 시장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케인스주의’적 입장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정교수는 22일 배포된 계간무크지 ‘당대비평’ 5호에 특별기고한 ‘한국자본주의의 전환을 위한 제언’에서 “개혁지향적인 인물들로 새로 강력한 경제팀을 구성, 국세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협조를 받아 강력한 재벌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소신대로 일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새 경제팀에 면책특권을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 맡기자’는 논지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개혁적 케인스주의’를 주창하는 그는 “재벌체제는 경제정의나 형평성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이제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존립 근거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 계열사간의 부당한 연결고리를 끊어줌으로써 효율적인 기업만이 살아남게 해 궁극적으로 ‘기업 대 기업’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재벌의 경영권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주장. 그는 “재벌 총수들의 소유권은 인정하되 경영권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면 은행의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한 뒤 일정기간 기존 경영진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교수는 금융개혁을 재벌개혁의 지렛대로 꼽았다.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인 실물부문의 과잉투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실기업을 퇴출시켜야 하는데 이것은 금융부문의 정상화를 통한 대출심사 기능의 회복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부실채권 정리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채 발행”이라며 “국채 발행이 유발하는 고금리와 통화증발에 따른 국민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가 소상히 실상을 밝혀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대비평 문부식(文富軾)주간은 “정교수의 논문은 ‘21세기 한국사회 대안 논쟁’ 또는 ‘제2의 한국 사회구성체 논쟁’을 촉발하는 계기로 준비됐다”며 “앞으로 1년간 신자유주의 논객들과 좌파 경제학자들을 망라해 대논쟁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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