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유인살해 자살극 위장…거액빚진 40대,행적감추려

  • 입력 1998년 9월 21일 06시 44분


서울경찰청 지하철수사대는 20일 장사실패로 거액의 빚을 지자 술에 취한 노숙자를 야산으로 유인, 불에 태워 살해한 뒤 자신이 자살한 것으로 위장한 현재호(玄在浩·40·상업·충북 충주시 교현1동)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는 5월1일 밤 11시경 강원 원주시 원주역에서 술에 취해 잠자던 30대 후반의 노숙자를 자신의 충북5나 6484호 봉고승합차로 유인, 충북 괴산군 감물면 오창리의 한 고추밭으로 데려가 강제로 소주를 먹여 기절시킨 뒤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다.

현씨는 범행현장에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준비한 유서를 남기고 일절 연락을 끊었으며 가족들은 현씨가 자살한 것으로 믿고 장례식까지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직후 서울로 올라온 현씨는 지난달 자양1동 자양파출소 앞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정모씨(41)의 지갑을 훔친 뒤 정씨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위조해 신분을 속여왔다는 것.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숨진 사람과 현씨의 지문이 일치하지 않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 18일 경기 광주군 우포면 신현1리 H프라스틱 공장에서 공원으로 일하던 현씨를 검거한 뒤 숨진 노숙자의 신원파악에 나섰다.

경찰이 정씨로 행세하고 있는 현씨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지난달 13일 지하철 2호선 잠실역 현금인출기에서 정씨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다 경찰에 적발됐으나 경찰은 현씨를 정씨로 알고 절도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풀어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현씨는 경찰에서 “운영하던 횟집이 장사가 안돼 은행대출금과 사채등 빚 2억3천만원을 갚을 길이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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