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비리 리스트」 난무… 청구-기아등 5∼6종

  • 입력 1998년 6월 14일 18시 42분


청구그룹과 기아그룹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야정치인의 자금수수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리스트’가 나도는 등 흉흉한 분위기다.

현재 정치권 주변에서 유포되고 있는 리스트는 김선홍(金善弘·전기아그룹회장)리스트, 청구리스트, 종금사리스트 등 대략 5∼6가지.

물론 이들 리스트의 진실여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지만 대부분 구여권의 중진인사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 전체가 핵폭풍을 맞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12일 검찰이 1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포함된 ‘고스톱의원’에 대한 수사착수 방침을 밝히고 군검찰이 수사중인 병역비리 리스트까지 나돌면서 정치권에는 ‘리스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3, 4명의 여당 중진의원이 포함돼있는 모협회의 로비 관련 리스트가 국회주변에 나돌았는데 이 협회의 주도권을 둘러싼 내분이 벌어지면서 불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있는 ‘청구리스트’는 TK(대구 경북)지역의 여야인사 10여명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일부 자금은 지난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설까지 퍼져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거론된 한나라당의 K의원측은 “최근 5년동안 청구그룹의 장수홍(張壽弘)회장을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들 TK의원 측에서는 “청구그룹이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면 민영방송허가문제 때문일텐데 전 정권에서 아무런 힘이 없었던 우리들에게 로비를 했을리 없다”고 주장, 은근히 민주계 쪽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잠시 가라앉는 듯했던 ‘김선홍리스트’는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의 검찰출두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 96년 15대 총선을 전후해 구 여권인사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이 건네졌다는 내용인데 역시 구 민정계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기아사태의 경우 김당시회장이 지난해 대선때 여야 양쪽에 모두 로비를 했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지금의 여권도 무관치 않음을 강조했다. 청구 김선홍리스트와 달리 ‘종금사리스트’에는 민주계 의원 8명만 거론돼있어 대조적. 이에는 ‘의원은 반드시 사법처리할 것’이라는 문구까지 적혀있어 다분히 특정계파를 겨냥해 유포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리스트들이 나돌고 있는데 대해 여야의 반응은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다. 여권은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한나라당은 “여권이 야당탄압을 위해 확인되지도 않은 설을 대대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