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찬밥신세」…IMF한파에 뽑고도 발령취소 유보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벼랑끝에 몰린 국가경제난의 여파로 이미 뽑아놓은 신입사원의 정식 발령을 유보하거나 합격을 취소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말 1백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A그룹의 계열사는 내년 1월 초 예정대로 각 부서에 배치키로 한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80여명은 6개월이나 1년 이상 발령을 기다리거나 입사를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B그룹 정보통신업체도 사업확장을 위해 올해 4백5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았으나 경기 하락으로 인원을 한꺼번에 부서에 배치할 수 없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내년 5월 말까지 네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신입사원 발령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불투명하다. 신입사원의 일부를 부서에 배치키로 한 C,D그룹의 몇몇 계열사는 발령시기를 내년 2월로 늦추고 있다. 1월에 발령을 내면 설보너스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한달 늦게 발령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 S사의 인사담당자는 『인력수급 계획은 보통 7,8월에 짜는데 11월 말 공채 때까지만 해도 경기가 이렇게 나빠질 줄은 몰랐다』며 『순이익 평가를 받는 각 부서나 팀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규인력을 요청하지 않아 뽑아놓은 신입사원들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D사 관계자는 『직원 1천5백명 중 3백명이 대기발령을 받은 상황에서 신입사원의 배치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종합적인 인력 재조정의 원칙이 마련된 뒤에나 신입사원 발령규모와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부도를 낸 한라그룹은 지난달 30일 선발한 1백20여명의 신입사원들에게 최근 『정상화되면 다시 부르겠다』며 「입사 취소」를 통보했다. 부도기업의 입사취소 통보가 잇따르자 이미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렸거나 대기발령 상태인 신입사원들은 다른 직장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동서증권 입사시험에 합격했던 김모씨(26·연세대 경제학과 4년)는 『특차 전형으로 입사한 회사가 갑자기 부도나 기말시험 기간이지만 중소기업체라도 취직할 곳이 있는지 찾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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