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열쇠 4백여개를 복제해 5억여원을 털어온 40대 「목욕탕 전문털이」가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상습절도 혐의 등으로 구속된 秦雲宗(진운종·43·무직)씨. 진씨는 평소 복제한 열쇠에 목욕탕 상호와 일련번호를 적은 뒤 빈 담뱃갑에 넣어 집 주변 화단 안에 숨겨뒀다. 그리고 수시로 꺼내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4월26일 오후6시경 인천 남구 관교동 S사우나에 들어가서는 복제한 열쇠로 옷장을 열고 1천만원권 수표6장 등 1억3천5백여만원이 든 박모씨(44·사업)의 지갑을 훔치기도 했다.
그가 지난 95년10월 첫 범행에서 1백여만원을 턴 이래 지금까지 인천시내 50여곳의 목욕탕을 대상으로 복제한 열쇠는 모두 4백16개. 이 열쇠로 목욕탕 옷장을 자신의 금고처럼 여기고 모두 5억1천여만원을 털었다.
진씨는 일단 목욕탕을 찾아가 목욕한 뒤 열쇠를 몰래 갖고 나와 미리 알아놓은 열쇠가게에서 복제한다음 복제품에다 「목욕탕, 옷장번호 △△」 등을 적었다. 이어 원래의 열쇠를 목욕탕에 되돌려 주며 『모르고 열쇠를 갖고 나왔다』고 둘러댔다.
경찰은 목욕탕 전문털이들은 △미리 준비해간 점토에다 열쇠를 눌러 형(型)을 본뜬 다음 복제하거나 △3명이상이 한꺼번에 목욕탕에 들어가 이중 한 명이 동료들의 열쇠를 수거, 밖으로 나가 복제한 뒤 되돌아 오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진씨는 한 목욕탕의 열쇠 30∼40개를 복제하면 범행에 들어가 목욕탕 소파에 앉아서 돈이 많을 것 같은 손님의 옷장을 눈여겨 본 뒤 지갑을 훔쳐왔다. 그는 경찰에서 『특히 술을 마신 사람들은 사우나에서 잠을 자고 나가기 때문에 여유있게 범행할 수 있었다』며 『도난사고가 빈번해도 자물통을 새 것으로 교환하는 목욕탕은 거의 없었다』고 진술했다.
훔친 돈으로 히로뽕을 사는데 써온 진씨는 보석가게에서 도난신고한 수표를 사용하다 역추적한 경찰에 검거됐다.
〈인천〓박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