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파동 한보사태 등으로 4개월이 넘도록 국정운영이 표류하는 가운데 6월 임시국회도 여야간 정쟁과 대선국면에 휘말려 소집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는 등 「민생의 질곡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정국운영의 주도적 위치에 서있는 여권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난조(亂調)와 신한국당내 대선예비주자간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대선후보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시기 및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 등을 둘러싼 신한국당내 주류와 비주류간의 내홍(內訌)양상은 좀처럼 수습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대표측은 국민회의가 이미 대선후보를 결정했고,자민련도 6월중 후보를 확정하기 때문에 7월 중순경 전당대회 개최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한보터널」에서 빠져나와 경선국면으로 정국을 전환하기 위해서도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李洪九(이홍구)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 등 대선예비주자들은 먼저 6월 임시국회에서 산적한 국정현안을 처리한 뒤에 여유를 가지고 8월말경 전당대회를 갖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7월 중순경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6월 임시국회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편다.
당헌상 경선의 선거운동은 선거일전 23일부터 시작하도록 돼있지만 실상은 훨씬 이전부터 「본격적인 세몰이」가 시작될 게 뻔하다는 논리다. 즉 임시국회 부실운영을 「지렛대」 삼아 전당대회를 8월말로 늦춰보려는 게 비주류측 전략인 셈이다.
한편 정부는 정기국회 무렵이되면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전개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6월 임시국회에 86건의 민생관련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할 예정이다. 신한국당측도 시급한 법안은 이달말까지 국회에 제출토록 정부측에 주문했다.
그러나 21일 현재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법안은 제출예정인 86건중 2건에 불과하다. 그동안 정부가 노동법파동 한보사태 등의 와중에서 거의 일손을 놓다시피 하는 바람에 법안준비를 소홀히 한 탓이다.
제출예정 법안중 당정협의를 마쳤거나 진행중인 것도 20여개에 불과해 이번 임시국회가 열려도 졸속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핵심법안인 한국은행법 은행법 정부조직법 등 금융개혁관련 6개 법안은 금융개혁위의 입법방향에 대해 재정경제원이 반발, 정부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또 금융개혁법안중 재벌의 금융기관지배 허용여부,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중 지하자금 양성화 방안처럼 정치권내 견해차가 심한 조항도 적지 않아 당정이 짧은 시일내에 잡음없이 합의점을 찾아낼지도 불확실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가급적 빨리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현안을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지난주에 열린 3당 총무회담에서도 야권은 6월초 임시국회 소집을 신한국당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야권은 신한국당측과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인원구성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측은 신한국당의 「여대야소」 인원구성 주장에 대해 『50년간의 고비용 정치구조를 타파하는 문제를 여당이 표결처리하겠다는 것이냐』며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야권이 주장하는 정치개혁특위의 「여야동수」 구성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임시국회는 소집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영훈·이원재·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