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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밑줄 긋기]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5/12/119267105.6.jpg)
“밥은 먹고 다니냐?” 때로는 건성으로 건네는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노릇인데, 겨울에는 김치밥과 나물밥으로 버텼고 고난의 행군 시기는 그야말로 먹지 못해 죽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던 그때, 그저 쌀밥 한 숟가락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제…
![[책의 향기/밑줄 긋기]방정환의 어린이 찬미](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5/06/119148368.7.jpg)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고운 마음을 지니고, 어여쁜 눈을 지니고, 아름답게 보고 느낀 그것이 아름다운 말로 굴러 나올 때, 나오는 모두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여름날 무성한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의 어머니가 아들을…
![[밑줄 긋기]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4/28/119065431.1.jpg)
아버지의 헝클어진 뒷모습을 본다. 낮잠을 한숨 주무시고 나오셨나. 납작하게 눌린 아버지 뒷머리에 초가을 오후 햇살이 내려앉는다. 한 살배기 아기 정수리에 소용돌이치듯 솟아난 보드랍고 가느다란 머리카락 같네. 눈에 띄게 헐렁해진 아버지 허리춤 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당신의 남은 시간들이…
![[책의 향기/밑줄 긋기]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4/21/118954009.2.jpg)
세상 그 어떤 상대도 다 녹여 낼 듯한 눈빛은 제 자식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다. 순식간에 무언가에 압도당한 듯한, 그 압도당한 무언가를 위한, 물불 안 가리는 전사가 된 듯한 또 하나의 존재가 출현한 것 같았다. “날 죽이려는 거지, 다 날 죽일라고. 이런 나쁜…. 내가 모를…
![[밑줄 긋기]체육복을 읽는 아침](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4/14/118845760.2.jpg)
왜 누군가는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 오는가, 아니, 와야 하는가.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온다는 건 대개 누군가의 돌봄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돌봄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아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고 오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교사이면…
![[책의 향기/밑줄 긋기]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4/07/118737980.1.jpg)
나는 현재 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치매에 걸리기 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치매에 걸리고 나서야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치매에 걸렸다고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고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께](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3/31/118625901.1.jpg)
가끔은 이 세계가 ‘하지만’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 ‘하지만’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아. ‘하지만’ 하고 싶은데. ‘하지만’ 실패하지 않을까. ‘하지만’ 가치가 있잖아. ‘하지만’ 결국 가치가 없지 않아? ‘하지만’은 바닷가에서 계속 파도를 맞고 있는 사람 같…
![[책의 향기/밑줄 긋기]조용함을 듣는 일](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3/24/118511330.2.jpg)
주위가 조용해진다. 순간 공간은 평면으로 변하고 시간은 멎는다. 마치 내가 본 순간이 잠시 멈춰 온 세상에 나 자신과 그 공간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새로운 그림에 담길 장면을 만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과 조우할 때, 세상은 조용해진다. 그 순간과 나만이 남았다. 조…
![[책의 향기/밑줄 긋기]넌 안녕하니](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3/18/118385093.2.jpg)
자신의 모습을 지킨다는 것.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페이스와 목표를 잃지 않는 일이다. 전시 중이든 지금처럼 평화로운 때든 그 정도로 인간답고 대단한, 그러면서도 의외로 어려운 생활 방식은 없다. 무럭무럭 잘 자란 푸르른 미나리보다 오그라들고 땅바닥에 바싹 달라붙…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3/10/118275705.2.jpg)
인류 최초로 기억의 기술을 고안한 사람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다. 그는 한 연회에 참석했다가 두 소년이 찾는다는 소식에 밖으로 나갔고, 그 직후 땅이 흔들려 저택이 무너졌을 때 홀로 목숨을 건졌다. 유일한 생존자가 된 시모니데스에게 파도처럼 사람들이 밀려왔다. 죽은 자의 흩어진 몸…
![[책의 향기/밑줄 긋기]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3/03/118164070.2.jpg)
내가 모델을 하게 되고 워킹을 배운 것이 칠십 세다. 돈 주고 배우겠다는데도 아카데미 대표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걸을 수 있겠어요? 어려울 텐데 하고 말하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사람들보다 내가 잘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워킹을 배우게 될 줄 미리 안 건 아니지만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2/24/118063735.1.jpg)
다르게 사는 여자도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어. 내가 봤던 여자 어른은 대부분 누구의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엄마였으니까. 나도 그게 여자의 역할이자 의무인 줄 알았지. 그렇게 살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네.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를 꼽…
![[책의 향기/밑줄 긋기]점, 선, 면 다음은 마음](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2/18/117939584.1.jpg)
집 안에 있는 우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산은 집 밖에서 비를 만나야만 제 존재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어떤 마음도 그렇다. 꼭꼭 숨기고 감추어서는 소용없는 마음이 있다. 가슴속에서 꺼내어 활짝 폈을 때, 누군가의 우중충한 마음 위에 씌워줬을 때라야 숨 쉬는 마음이 있다. 우산이…
![[책의 향기/밑줄 긋기]사랑은 무한대이외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2/10/117834518.1.jpg)
어느 것이나 살펴보면 스러지고 썩어지는 것이 원칙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주는 적멸하고 인류는 사멸합니다. 그러나 이 멸망해 가는 우주와 인류 간에도 영구불멸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곧 신념이요 지성이요 진리요 사랑이외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멸망해서 자취를 찾을 수 없으나 그대…
![[책의 향기/밑줄 긋기]작별들 순간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3/02/03/117729636.1.jpg)
상실을 겪거나 배반당하거나 어리석은 결정을 내려 수치스러울 때면 나는 책상으로 가서 읽거나 쓰면서 마음을 달랠 것이다. 삶을 바꾸고 싶을 때, 다른 삶을 간절히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언젠가, 한 시간쯤 뒤에 혹은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반드시 기분이 다시 좋아질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