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밑줄긋기

기사 327

구독 10

인기 기사

날짜선택
  • [책의 향기/밑줄 긋기]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책의 향기/밑줄 긋기]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모든 순간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손에 쥔 참치 캔의 단단한 감촉이, 밤하늘에서 내려오는 탐스러운 눈송이가, 자작나무 가지마다 핀 눈꽃이, 눈꽃을 물들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맞은편 여자 기숙사 쪽에서 타박타박 다가오는 아담한 그림자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입…

    • 2024-04-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마은의 가게

    [책의 향기/밑줄 긋기]마은의 가게

    그는 자유롭게 이 거리를 걷고 싶을 뿐이다. 그 누구의 손에도 붙잡히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기대를 심어주지 않고서. 그저 자유롭게 걷고 내달리고 잠들고 싶을 뿐이다. 저 공마은처럼. 바로 당신처럼.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가 여성 자영업자의 고단함과 연대를 그려낸 장편소설.

    • 2024-04-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쳇 베이커

    [책의 향기/밑줄 긋기]쳇 베이커

    아마도 그의 트럼펫 연주는 인간의 목소리에 매우 가깝지 않나 싶어요.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쳇 베이커는 정말 로맨틱한 사람이었죠. 동시에 아주 많은 고통도 지니고 있었을 겁니다. 난 그가 사랑과 이해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믿어요.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런…

    • 2024-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위험을 향해 달리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위험을 향해 달리다

    엄마의 죽음은 거대하게 벌어진 구멍을 남겼다. 하지만 나는 그 빈자리에 대해 분노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 구멍을 절실히 메울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될 날을 눈앞에 두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는 항상 배가 고팠다. 하지만 나를 먹여줄 엄마는 거기에 없었다. 미국 …

    • 2024-03-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샤이닝

    [책의 향기/밑줄 긋기]샤이닝

    나는 제자리에 서서 눈앞에 자리한, 한 치의 틈도 없이 조밀하고 짙은 어둠 속을 바라본다. 나는 어둠이 변하는 것을 본다, 아니, 어둠이 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어둠 속의 무언가가 어둠과 분리되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제야 나는 그것이 자세히 보인다.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

    • 2024-03-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 어쩌다 편의점

    [책의 향기/밑줄 긋기] 어쩌다 편의점

    나와 같은 편의점 인간들이 공감하는 직업병 같은 것인데 그건 바로 ‘전진 입체 진열’이다. 상품이 판매되고 난 후 진열대에 빈 공간이 없도록 뒤에 있는 상품들을 앞으로 당겨 진열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해야 상품이 눈에 잘 띄고 볼륨감 있게 연출돼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배…

    • 2024-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나까지 나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책의 향기/밑줄 긋기]나까지 나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사람들에게 재능이 하나씩은 있다고 한다. 하늘이 준 선물, 다른 말로 하면 시간 대비 효율이 가장 좋은 일. 나에게는 운동이 그랬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재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재능도 노력 없이는 결코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돼서다. 이제는 우연히 나에게 주어진 선물에 …

    • 2024-03-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반지수의 책그림

    [책의 향기/밑줄 긋기]반지수의 책그림

    나는 인터뷰집이 좋다. 나와는 다른 사람, 먼저 어려운 길을 간 사람과의 대화에선 분명 배울 점이 있다. 노포에 들렀을 때 사장님이 늘어놓는 살아온 이야기나 집회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폭로하듯 뱉어내는 이야기나 부모님이 조곤조곤 털어놓는 과거 이야기를 즐긴다. 사람은 다 저마다 이야기…

    • 2024-02-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잘될 일만 남았어

    [책의 향기/밑줄 긋기]잘될 일만 남았어

    만약 누군가가 나의 삶을 개연성만으로 평가한다면 5점 만점에 0.5점일 수 있다. 개연성만 따지면 나도 내 삶에 0.5점을 줄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을 내가 평가할 필요는 없다. 영화감독들이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불어넣듯 내 삶에 애정을 갖고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 중요할 테니 말이다.…

    • 2024-0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밥 먹다가, 울컥

    [책의 향기/밑줄 긋기]밥 먹다가, 울컥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털며 할매 해녀가 집에 찾아든 손님에게 밥상을 차린다. 그만두시라고 만류해도 주섬주섬, 어머니들이 그렇듯 뚝딱 밥상이 놓인다. ‘천초’라고 부르는 해조 무침이 맛있어서 기억해두었는데, 나중에 누구에게 이 말을 듣고 지워버리고 말았다. “그 천초라는 게 바다…

    • 2024-0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새벽과 음악

    [책의 향기/밑줄 긋기]새벽과 음악

    오늘의 내가 오늘의 모습일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부분 음악에 빚졌다고 생각한다. 오랜 은신처가 되어주었고 말 없는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되어주었으며 내 속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영매로서, 네 속에 이렇게 타오르는 불꽃이 있다고, 출렁이는 춤이 있다고, 터져 나오는 울음이 있다고…

    • 2024-0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듣는 사람

    [책의 향기/밑줄 긋기]듣는 사람

    고독은 그가 입은 옷이다. 더럽혀질 일도, 빼앗길 일도 없다. 그는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고 가진 게 없지만 그득해 보인다. 불행은 혼자라서 겪는 일이 아니다. 세상에 부대껴 ‘나’라는 존재가 깎여나갈 때 불행은 온다. 행복처럼, 불행도 상대적인 감정이다. 내 앞에 있는, 혹은 없는 당…

    • 2024-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프랑스 음식 여행

    [책의 향기/밑줄 긋기]프랑스 음식 여행

    와인과 음식의 어울림, 즉 ‘아코르 메뱅’은 식사할 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럽 음식이 대체로 짜다고 하는데 단맛은 짠맛, 쓴맛 그리고 신맛까지 중화시켜 주므로 상호 보완 관계로 이용하면 좋다. 짭짤한 로크포르 치즈를 먹을 때 스위트 와인 또는 진한 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그런…

    • 2024-0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하필 책이 좋아서

    [책의 향기/밑줄 긋기]하필 책이 좋아서

    어떤 서점들은 오래된 책,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재발견되어야 할 책들을 빛나는 자리에 두고 그럴 때 공간은 마치 한 사람의 내면세계 같아 재밌어진다. 목록과 배치의 차이가 그려내는 점묘화가 뚜렷한 개성을 자아내는 것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험은 서점에서…

    • 2024-0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계절을 먹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계절을 먹다

    부엌 바닥 고구마 굴에서 우리는 팔을 넣어 고구마를 꺼내 먹었다. 처음에는 나무만 밀치면 나왔는데 그다음은 팔뚝을, 파내고 파내 고구마가 점점 굴면 턱이 걸칠 때까지 어깨를 밀어 넣어 꺼냈다. 봄이면 적당한 때에 전부를 팠다. 굴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그것들도 살아 있었다. 식…

    • 2023-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