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장관
긴급조정 권한 쥐고서도 대화 고집
내부 “정부 압박땐 사직 불사했을 것”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교섭 타결에 따른 브리핑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삼성전자 노사 간 협상이 결렬돼 위기를 맞을 때마다 노사의 마음을 돌리고 잠정합의 직전 중재자로 나섰던 것은 노동자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은 범 정부적인 긴급조정권 압박 속에서 사직을 불사하면서도 끝까지 대화를 고집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조와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 측과는 대화를 이어가며 마지막 중재자로 나섰다.
김 장관은 11~13일까지 이어진 중앙노동위원회의 1차 사후조정 후 노조 측이 “중노위 조정안이 사 측 입장을 주로 반영했다”며 반발하자 15일 경기 평택 사업장을 찾아 노조와 면담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을 지낸 김 장관은 “불모지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며 본인의 노조 활동 경험 등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날인 16일에는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나 대화를 당부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18~20일까지 이어진 2, 3차 사후조정 과정에서도 김 장관은 막후에서 노사를 설득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수차례 협상장을 뛰쳐나갈 뻔한 위기가 있었지만 이미 노사와 신뢰를 형성한 김 장관이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사후조정을 직접 주재했던 박수근 중노위원장도 여러 차례 “김 장관님이 도와준 덕에 노사 간 이견이 좁혀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20일 오전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된 후에도 김 장관은 다시 노사 협상을 주선해 결국 잠정합의를 이끌어 냈다.
김 장관은 파업이 강행될 경우 발동이 검토됐던 긴급조정권 행사 권한을 쥐고 있었지만 끝까지 대화를 고집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이 긴급조정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시사할 때도 김 장관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김민석 총리가 17일 “정부는 국민경제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때 김 장관은 어두운 얼굴로 총리의 왼쪽에 서 있었다. 노동부 안팎에서는 “긴급조정권 행사가 불가피하면 김 장관이 사직서를 내고 긴급조정 발동을 막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X(옛 트위터)에 대화를 강조하는 글을 올려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중노위 사후조정이 한창인 18일에는 5·18민주화운동의 “시민과 노동자의 주먹밥 연대”를 언급하며 노사의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 19일에는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그람시를 인용해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며 파업 전 합의와 노조에 대한 응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3차 사후조정까지 결렬돼 파업을 목전에 뒀던 20일 오후에는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끝나야 끝난다”며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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