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 실린 추미애 국회의장론…입법·검찰개혁 ‘행동파’ 역할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13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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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국회의장 당선시 박찬대 원내대표와 입법·검찰개혁 선봉장
이재명, 21대 국회서 윤과 맞대응하는 정치적 부담 줄일 수도
박찬대 원내대표 추대 이어 국회의장도 친명계 나서 교통정리
조정식 단일화·정성호 자진 사퇴…추미애 당선인 사실상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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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추미애 당선인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 추대’에 이어 친명(친이재명)계가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을 앞세워 교통 정리에 나선 탓이다. 특히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앞두고 이재명 대표 연임 추대론도 불붙고 있어 ‘이재명의 민주당’ 완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단 평가가 나온다.

13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추미애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류가 형성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명심’에 단독 출마로 교통정리된 박찬대 원내대표 선출 이후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자 ‘찐명’인 정성호, 조정식 의원 보다 친명에 속하는 추 당선인으로 희석 효과를 노렸다는 게 표면적 이유로 거론된다. 검찰개혁 등 개혁국회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에서 추 당선인이 정, 조 의원보다 못지 않고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반영된 듯하다.

속내에는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을 맡아 ‘찐명’ 박 원내대표와 보조를 맞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했던 각종 입법 재추진과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 시즌 2를 추진할 적임자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추 당선인과 박 원내대표가 각종 입법 드라이브에 총대를 매면 21대 국회 후반 윤 대통령과 직접 대립각을 세운 이 대표가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판 심판론이 강했던 만큼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검찰 개혁에 앞장섰던 추 당선인이 입법 수장으로, 권력서열 1위이자 행정 수반인 윤 대통령과 입법을 놓고 대결을 벌일 경우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점도 작용하는 듯하다. 추-윤 갈등 당시 추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보다 서열 상 우위였으나 지금은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서열 상 아래인 만큼 오히려 추 당선인이 약자 프레임을 부각하며 윤 대통령을 공격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16일 열리는 차기 국회의장 경선 후보군이 6선 추 당선인과 5선 우원식 의원으로 압축됐다. 당초 국회의장 선거는 4파전으로 시작했지만 전날 친명계로 분류되는 6선의 조정식이 추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물러났고, 친명계 좌장으로 불려 온 5선의 정성호 의원도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경선 후보 등록까지 마친 친명계 중진인 조·정 두 의원이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건데 ‘명심’이 작용한 것 아니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은 경선을 나흘 앞두고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 합의문을 통해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개혁 국회 구성을 위해 국회의장 선출에 있어 경쟁보다는 순리에 따라 최다선 중 연장자인 추 후보를 단일 후보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양측이 ‘최다선 국회의장 관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당내 최다선인 두 사람이 사실상 전·후반기 의장을 나눠 갖기로 이면 합의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말 사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교통정리는 박찬대 원내대표 등 핵심 친명계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정 의원은 후보 등록일이었던 지난 7∼8일 전후로 지속적인 불출마 압박을 받아왔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후보 등록일 직전 두 의원을 차례로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그런데도 두 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치자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이 대표의 측근까지 나서 “의장 선거가 과열되는 게 부담된다”, “국회의장직은 순리 대로 가야 한다는 게 명심”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 최측근은 당심이 추 당선인을 향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7~28일 만 18살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에게 무선전화(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70.6%가 차기 국회의장으로 추 당선자를 지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팬클럽 커뮤니티 등에서 추 전 장관 선출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도 평소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 전환’을 강조해 온 터라 추 당선인을 의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의원들 사이에서 퍼지기도 했다.

총선 때 상황실장을 맡았던 친명 4선 김민석 의원은 “당원 주권 존중을 순리로 보는 새 정치 문법과 다선의 연장자 우선을 순리로 보던 전통 정치 문법이 공교롭게 같은 해법을 향하고 있다”며 추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친명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이 대표는 추 당선인을 의장으로 낙점했다는 취지의 얘기를 흘리며 여론을 조성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의원 사이에서 추 당선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강성 당원들이 추 당선인을 미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의중도 추 당선인 쪽으로 기울었을 것”며 “결국 이번에도 명심과 개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국회의장 선거마저 ‘명심’으로 치러지자 당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원내대표 선거는 ‘찐명계’로 통하는 박 원내대표가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추대되는 형식을 취했다. 후보군만 자천타천 10여명에 달했지만 당시 이 대표가 박 후보를 차기 원내대표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명계 후보들이 줄줄이 출마를 포기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 최측근들이 나서 명심을 직간접적으로 전하며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선거마저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당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틀린 얘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완주 의사를 밝힌 우 의원도 ‘명심 낙점’ 형태의 의장 선거를 직격했다. 그는 “국회의장 선거에 결선이 도입된 것은 다양한 후보자들이 자신의 비전과 능력으로 경쟁할 기회가 되었다. 이것이 민주당의 총의를 모으는 훨씬 민주적인 과정이며, 강력한 국회운영의 힘이 될 것”이라며 “결선이 있음에도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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