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에도 北 정밀감시… 정찰위성 2호 발사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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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킬체인의 ‘눈’ 정상 작동 확인

우리 군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2024.4.8. 국방부 제공
우리 군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2024.4.8. 국방부 제공
우리 군이 8일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에 쏴올린 2호기는 전자파를 활용해 전천후로 지상 표적 관측이 가능한 우리 군의 첫 영상레이더 위성이다. 악천후에도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샅샅이 훑을 수 있는 고해상도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사한 1호기는 가시광선 등을 활용한 전자광학·적외선 센서 방식이라 날씨가 나쁘면 지상 관측 등 임무 수행이 어려웠다. 2호기 발사로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의 고성능 ‘눈’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호기는 7일 오후 7시 17분(한국 시간 8일 오전 8시 17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발사됐다. 1호기처럼 이번에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올라갔고, 발사 50여 분 만에 목표 궤도(고도 500km 안팎)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오전 10시 57분경 해외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하면서 정상 작동이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2호기는 수개월간 장비 시험 가동 등을 거쳐 정식 임무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호기에 장착된 고성능 영상레이더는 위성에서 발사한 전자파가 짙은 구름과 안개를 뚫고 지상에 도달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 만큼 야간은 물론 기상 조건에 상관없이 지상을 정밀 촬영할 수 있다. 북한 이동식발사차량(TEL) 및 핵미사일 기지 동향에 대한 전천후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 지난해 발사한 1호기의 경우 지상의 영상을 직접 촬영하는 방식이라 구름이나 안개가 끼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군 당국자는 “1호기의 정찰 사각을 2호기가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8일 “기술적 보완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경우 4월 15일(김일성 생일)경 (정찰위성을) 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도 인력·장비의 활발한 움직임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구름낀 한밤 北차량 이동도 잡는다… 대북 감시 사각지대 없애


軍정찰위성 2호기 발사 성공
전자파 방식 택한 세계 최정상급… 연중 70% 흐린 한반도에 최적화
하루 4∼6회 지나며 北 정보 수집
北도 이달중 정찰위성 발사할 듯


“스리(3), 투(2), 원(1), 이그니션(점화).”

7일 저녁(현지 시간·한국 시간 8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장. 우리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화염을 뿜으며 솟아올랐다. 지구 반대편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지켜보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 등 군 당국자들은 이 장면을 확인한 뒤에야 박수 치며 환하게 웃었다.

2호기는 발사 45분 뒤 로켓에서 분리돼 목표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오전 9시 11분경 예정됐던 해외 지상국과의 1차 교신이 실패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발사 1시간 40여 분 뒤 2차 교신이 이뤄져 정상 작동이 최종 확인되자 당국자들은 안도감을 내비쳤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우리 군의 첫 고해상도 영상레이더(SAR) 위성의 대북 감시 임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 “北 차량 종류, 인력 움직임까지 포착 가능 수준”

영상레이더(SAR) 위성이 촬영한 사진. 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2호기에는 고해상도 SAR이 탑재됐다. SAR은 기상 상황에 상관없이 지상 표적을 주야 전천후로 정밀 관측할 수 있다. 국방부 제공
영상레이더(SAR) 위성이 촬영한 사진. 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2호기에는 고해상도 SAR이 탑재됐다. SAR은 기상 상황에 상관없이 지상 표적을 주야 전천후로 정밀 관측할 수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정찰위성 2호기의 가장 큰 특징은 야간은 물론이고 기상 상황에 상관없이 지상 표적을 전천후로 정밀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ADD가 이탈리아 업체와 공동 개발한 SAR의 전자파가 구름, 안개를 뚫고 지상에 도달할 수 있어서다. SAR은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ADD 관계자는 “2호기의 영상레이더는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동종 위성 가운데 최정상급”이라고 전했다. 2호기의 SAR 해상도는 30cm(가로세로 30cm 크기 물체를 한 점으로 식별) 수준으로, 차량 종류와 인력 움직임까지 포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광학·적외선센서(EO·IR)로 주간(왼쪽) 및 야간(오른쪽)에 촬영한 사진. 지난해 12월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에는 이 센서가 탑재됐다. 직접 촬영하는 방식이라 선명하게 찍을 수 있지만 야간 및 악천후 시에는 관측이 다소 제한된다. 국방부 제공
전자광학·적외선센서(EO·IR)로 주간(왼쪽) 및 야간(오른쪽)에 촬영한 사진. 지난해 12월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에는 이 센서가 탑재됐다. 직접 촬영하는 방식이라 선명하게 찍을 수 있지만 야간 및 악천후 시에는 관측이 다소 제한된다. 국방부 제공
지난해 12월 발사된 1호기의 경우 전자광학·적외선센서(EO·IR)가 장착됐다. 가시광선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구름, 안개 등 악천후에선 정찰 능력이 제한된다. 이번 2호기 발사는 이로 인한 ‘정찰 사각(死角)’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1호기는 ‘태양동기궤도’에 배치돼 같은 시간에 같은 지역을 지나가며 표적을 촬영한다. 반면 2호기는 ‘경사궤도’에 배치돼 동일 표적에 대해 다양한 시간대에 걸쳐 촬영이 가능하다. 야간이나 악천후를 틈탄 북한의 기만전술을 간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2호기의 발사 장소가 1호기(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와 다른 것도 배치 궤도가 달라서다. 군 관계자는 “1호기는 하루 2번 한반도를 방문하지만 2호기는 하루 4∼6회 방문한다. 2배 이상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425사업’을 통해 내년까지 총 5기의 중대형 정찰위성을 배치할 계획이다. 군은 올해 11월 3호기를 발사하고 내년 2월과 5월에 각각 4, 5호기까지 발사할 계획이다. 1호기를 제외한 2∼5호기는 모두 영상레이더 위성이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날씨가 연중 70%가량 흐린 점을 고려해 영상레이더 위성을 더 많이 배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5기가 모두 배치되면 대북 감시 주기는 2시간 수준으로 단축된다.

군은 2026∼2028년에는 10여 기의 소형 정찰위성(500kg 미만), 2028∼2030년에는 40여 기의 초소형 위성(100kg 미만)도 쏴 올릴 계획이다. 이들 위성 발사에는 군이 개발 중인 고체연료 우주발사체가 활용된다. 군 당국자는 “이 위성들이 모두 배치되면 대북 감시 주기가 20∼30분 내외까지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 “北 이달 중순 정찰위성 발사 유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수차례 계획을 밝힐 만큼 북한도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 장관은 8일 “4월 15일(김일성 생일)이 북한에 특별한 날이니 그즈음 (정찰위성을) 쏘려고 노력하겠지만 며칠 더 연기된다면 이달 말까지 열어 놓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관측했다. 합참 관계자도 “북한이 지난해 (만리경-1호) 발사 시 미흡했던 사항을 보완해 발사 준비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발사했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고려해 (북한도) 4월 중순엔 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1월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천리마-1형’(발사체)에 실어 궤도에 진입시켰다. 이후 한미 주요 군 기지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군은 실제로 아직 위성의 기능은 제대로 못 하는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찰위성#군사정찰위성 2호기#고해상도 영상레이더#만리경-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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