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결 이란자금 이전”… 韓 석유 70% 수입통로 리스크 해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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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4개월간 묶였던 8조원 이체
이란과 무역 교류 등 확대 기대감
이란 “이자도 물어내라” 소송 채비
원유 수입 등 관계 정상화는 먼길

이란에 억류됐던 미국인들 석방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으로 풀려난 미국인 시아마크 나마지(왼쪽에서 두 번째)와 
모라드 타바즈(오른쪽)가 18일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에 도착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수감자 교환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이란이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도하=게티이미지코리아
이란에 억류됐던 미국인들 석방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으로 풀려난 미국인 시아마크 나마지(왼쪽에서 두 번째)와 모라드 타바즈(오른쪽)가 18일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에 도착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수감자 교환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이란이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도하=게티이미지코리아
정부가 19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국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돼 제3국으로 이전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에 동결돼 있는 70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자금을 해제하기로 합의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4년 4개월 만에 동결 자금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한-이란 관계 정상화에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선박 나포 사건이 있었던 호르무즈 해협 내 불안 요인이 제거된 건 물론이고 인적·물적 잠재력이 풍부한 이란과의 교역에 대한 기대감 등도 높아진 것.

다만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이 그간 환율이 오르고, 이자 손해를 봤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차액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져 관계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온다.

● 2년 전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해소될 듯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은 2019년부터 한국에 묶였다.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이란 핵 개발을 이유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금융 제재에 나서면서 2019년 5월부터 동결된 것.

이렇게 한국에 묶인 이란 원유 결제 대금은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협상이 타결된 직후인 지난달 11일부터 중개 역할을 하는 스위스 은행 계좌로 이체됐다가 유로화로 카타르 은행의 이란 계좌로 송금됐다. 이란은 식량, 의약품 구입 등 인도적 지원 분야에 한해 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 내 자원 유통 여건이 크게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이란은 사실상 동결 자금 문제를 빌미로 이곳에서 우리 선박을 나포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중동산 석유 수입 물량의 70% 이상이 거치는 곳으로 하루에 우리 선박 30척 안팎이 오가는 길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소한 이란이 우리 선박 길목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쪼그라든 한-이란 간 무역·교류가 다시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2011년 양국 교역 규모는 174억 달러(약 23조 원)를 넘기며 1962년 수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2억600만 달러(약 2735억 원)에 그쳤다. 정부는 일단 미국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분야들을 중심으로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는 “아직 논의 안 돼”
다만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까진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번 협상은 JCPOA와 별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 백악관은 18일(현지 시간) 카타르 은행으로 이전된 동결 자금에 대해 “(인도적 목적) 그 밖에 용도로 쓰인다면 우리는 그 계좌를 걸어 잠그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정부가 제재 품목 구매에 이 자금을 사용하는지를 면밀히 감시하겠다는 것. 정부는 2019년 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 문제도 미국과 이란 간 관계 개선에 따른 제재 완화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이란 자금에 대한 접근 제한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에 대해 한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손실 보전을 거론한다는 것은 관련국 간 합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동결 이란자금 이전#석유 수입 리스크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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