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킬러 규제 팍팍 걷어내라”… 중대재해법-화평법 개정 나설듯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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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 촉진-경제활성화 방점
“특정산업 독과점-보조금 나눠먹기
국민 약탈 이권 카르텔 타파해야
경제 인질 정치파업에 굴복 안해”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재해처벌법, 대형마트 의무휴업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등을 겨냥해 ‘킬러 규제 철폐’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 정부 보조금 나눠 먹기 등 이권 카르텔의 부당 이득을 예산 제로베이스 검토를 통해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11개 부처 차관 12명을 교체하며 ‘이권 카르텔 타파’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18개 부처 장차관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여권 핵심들이 대거 모인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재차 강조한 것.

● 尹, 중대재해처벌법 등 겨냥 ‘킬러 규제 철폐’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수출 확대를 위해 “투자를 아예 못 하게 만드는 아주 결정적인 ‘킬러 레귤레이션(규제)’은 없애야 한다”며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서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해 미래를 대비하고 성장동력이 되는 민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대형마트 의무휴업법, 화평법, 화관법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국회를 통과했다. 나머지 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회를 통과해 시행돼 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노동 경직성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를 막는 현행법이나 일반 국민들이 특정 규제 때문에 사업을 못 할 정도라면 ‘킬러 규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과 대형마트 의무휴업법 개정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하반기 정책 방향이 물가 안정에서 ‘수출 확대와 경제 활성화’로 옮겨 갈 것임도 시사했다. 그동안 경제 관련 공식 석상에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물가 안정이 강조된 것과 달리 이날 회의는 최근의 물가 안정세와 무역수지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는 위기를 극복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하는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경제 활성화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파업에 불법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불법 시위나 파업을 통해 뭔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깨끗이 접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겨냥해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 “이권 나눠 먹는 구조 철저히 타파해야”
윤 대통령은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체계에 의해서 얻어지는 이익과 권리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해서 이권을 나눠 먹는 구조는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권 카르텔은 외견상 그럴듯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손쉽고 편리하게, 지속적으로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공직자는 이와 맞서기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특정 산업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대통령실은 “금융·통신 산업의 과점 체계,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 R&D(연구개발) 나눠 먹기”라고 설명했다. 금융·통신사 독과점 문제 개선은 올 2월, 과학기술 국가 R&D 예산에 대한 원점 검토는 지난달 말 각각 윤 대통령이 지시했던 사안들이다. 이에 따라 은행 통신사 담합 의혹에 대한 경쟁당국의 조사, R&D 예산 전면 재검토 및 정부 보조금 사업에 대한 정부당국의 감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은행, 대형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업계에 대해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통신 업계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이동통신사 진입도 추진돼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해외 석학과의 대화를 통해 30조 원대의 국가 R&D 예산이 단순히 ‘나눠 먹기’ 식으로 운용되면 안 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나눠 먹기 식 관행을 혁파하고 세계적 수준의 공동연구 집중 지원 등으로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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