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비공개 회의서 “원내 지도부가 신경 써야” 당부
국민의힘 “35표 이탈 가능”…野도 ‘이탈표’ 우려

1일 당 원내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으로 대응할 순 없고 결국 자유 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무기명 투표인만큼 반드시 부결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는만큼 원내 지도부가 확실히 부결될 수 있도록 당 소속 의원들의 심적 변화 가능성 등을 좀 더 들여다 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까는 진짜 예단하기 어렵다”며 “저조차도 무조건 100% 부결될 것이다, 혹은 무조건 가결될 것이라고 단언하기가 참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과연 이재명 체제로 가는 것이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만약에 이재명 의원을 체포가 될 수 있게끔 우리가 도왔을 때 우리가 겪을 일은 또 어떤 것인가 (따져볼 것)”이라며 “가결이 될 경우에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의 가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안에서도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꽤 많다”며 “(이 대표가) 구속이 되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만약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할 것이고 최소 35표 이상 찬성표가 (민주당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명(친이재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연초 들어 ‘민주주의 4.0’과 ‘민주당의 길’ 등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당내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30표 정도 이탈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주의 4.0’은 현직 의원 60여 명이, ‘민주당의 길’은 약 40여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명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때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탈표가 충분히 수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섣부르게 개별 의원들을 접촉해 표 단속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역풍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도 셈법도 복잡한 모습이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당 내에서는 “검찰이 해도 너무 한다”는 동료의식과 연대감이 강해진 상황이다. 또 내년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대표 자리가 궐석이 될 경우 당이 큰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구속이 되면 당이 결국 두 쪽 나는 건데 어떻게 쉽게 이탈표를 던지겠느냐”며 “민주당에서의 이탈표는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보유한 만큼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게 사실이지만, 익명 투표이기 때문에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