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참사’ 동의 못해…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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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30일 0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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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 2022.9.30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 2022.9.30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9월18~24일)과 관련해 “야당에선 ‘외교참사’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난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30일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부부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정중하게 조문했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선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비전’에 대해 전 세계 각국 대표단 앞에서 천명하고 큰 박수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윤) 대통령이 만나 정상들 간의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또 “캐나다에선 내년(2023년)이 양국 수교 60주년이기 때문에 경제·통상, 과학기술, 원자력,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등 분야에 걸쳐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며 “이게 성공적인 ‘조문외교’ ‘유엔외교’ ‘세일즈 외교’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우리 국익, 국격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의 질책은 ‘국익 외교를 더 잘해 달라’는 차원에서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순방 기간 불거진 △영국 여왕 참배 취소 △한일 정상회담 ‘굴욕외교’ 논란 △한미 정상 ‘48초’ 조우와 미 의회·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 발언 등을 이유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다수로 가결시켰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30일 오전 기자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9.30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30일 오전 기자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9.30 뉴스1
국회에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건 박 장관이 사상 7번째이며,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체제 하에선 4번째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참 착잡한 심정”이라며 “며칠 새 밤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는 국익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라며 “외교가 정쟁의 대상이 되면 국익이 손상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우리 정치가 이렇게 계속 가야 하는 건지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지금은 정쟁할 때가 아니라 국익을 생각할 때”라며 “그런 의미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등 일련의 상황을 ‘정쟁’의 산물로 본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소속 4선 중진 의원이기도 한 박 장관은 “개인적으론 (해임건의안에 대해) 소회가 있고 마음이 괴롭고 속이 상한다”면서도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번 일을 새로운 출발 계기로 삼아 대한민국의 국익 외교를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능력과 열정을 다 바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기자들에게 전날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통화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함구했다.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문자 그대로 강제성이 없는 ‘건의’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부적절’ 발언 논란 등과 관련해 ‘사과가 필요하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느냐’는 질문엔 “대통령실에서 일단 국민들에 설명했다”며 “이젠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더 나은 국익 외교를 펼치기 위해 스스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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