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를 29일 지명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 8월 8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으로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쳐 최종 임명된다면 10년 만에 교육부 수장에 복귀하는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교육 현장, 정부,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한 미래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 등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학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설계자로 꼽힌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을 거쳐 2010년 8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교과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당시 자율형사립고 신설, 입학사정관제 도입,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 실시 등을 주도했다.
이주호, 10년만에 교육장관 컴백… 野 “교육 양극화 장본인”
이주호 교육장관 지명
교육수장 공백 52일만에 후임 지명 MB때 자사고 신설 등 정책총괄 KDI 교수로 “교육부 축소” 주장 교총 “유초중등 교육방안 밝혀야”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데는 앞서 두 차례 잇단 교육부 수장 낙마 사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전 후보자는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논란으로 5월 3일에, 박 전 장관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으로 지난달 8일 각각 자진 사퇴했다. 현 정부 출범 4개월이 넘도록 교육부 수장 공석 사태가 빚어지면서 윤 대통령은 결국 국회 인사청문회 장벽을 넘은 적 있고, 교육계와 행정부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이 후보자를 발탁했다.
○ MB정부 교육 정책 총괄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 지명 전 다양한 교육 전문가를 후보군으로 물색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고사하거나 부적격 사유가 발견돼 지명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거의 다 고사를 하더라”면서 “교육부 장관 하실 분들은 나이도 드시고 사회의 명성도 있으신 분이 많은데, 지금처럼 이렇게 털이식 (청문회를) 하면 그게 상당히 부담이 돼서 가족들도 다 반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교육 정책을 총괄했다. 이 기간 동안 경쟁과 성과 위주의 정책을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사고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고교 다양화 300’ 정책과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대표적이다. 교과부 장관 시절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부실 사립대 퇴출과 국공립대 통폐합도 추진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28일 만에 사퇴했다. ‘수도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를 출범시킨 교육감 선거 자문 원로회의에 기획의원으로 참여하다 직접 출마하는 바람에 보수 후보 간 난립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출마 당시 이 후보자는 ‘좌편향 교육 방지’를 내걸고 혁신학교 폐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교육을 강화하는 ‘서울형 교과서’ 개발 등을 공약했다. 초중고교에 인공지능(AI) 보조교사 도입, 반값 방과후 학교, 유아·초등생 대상 온종일 돌봄 확대 공약도 내놨다.
○ ‘교육부 수술’ 나서나…교육계 촉각
교육계의 관심사는 그동안 교육부 축소론을 주장해 왔던 이 후보자가 ‘교육부 수술’에 나설지 여부다. 그는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을 없애고 입시는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명박 정부 때도 교육부 폐지를 주장했다가 막상 교과부 장관이 되니 (대학 등에) 가장 세게 ‘그립’을 잡았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 안팎에선 ‘장관 시절 깐깐하고 권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 다시 돌아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전직 교육부 관료는 “10년을 교육부 외부에서 지냈던 만큼 이번에는 대화와 논의를 기반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장관 시절 추진한 교원평가, 무자격 교장공모 정책 등에 대해 학교 현장의 우려가 높았다”며 “유초중등 교육 지원 방안, 발전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쟁교육을 주장해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켰던 인물”이라면서 “윤 대통령께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MB정부의 실패한 인사를 재활용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대구(61세) △대구 청구고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17대 국회의원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과부 1차관 △교과부 장관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