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둘러싸고 여야가 22일 정면충돌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비롯해 ‘48초 환담’에 그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30분 약식회담으로 치러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외교 대재앙”이라고 성토했다. 야권의 십자포화에 국민의힘은 “국익을 망치려는 자해행위”라며 “비판도 최소한의 품격과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野 막말 공세에 대통령실 “‘바이든’ 언급 안해”
이날 가장 논란이 된 건 윤 대통령의 ‘이 ××’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뒤 회의장을 나서면서 주변 참모진에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민주당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에서 언급한 ‘글로벌 펀드’ 관련 내용을 미국 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저잣거리 용어를 말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것.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함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경질 및 박진 외교부 장관 교체와 외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욕설 대상이) 한국 국회인지 미국 국회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원욱 의원은 “여야 문제가 아니고 미국 의회에서 굉장히 흥분할 수 있는 얘기”라며 “우리 상임위 차원에서 사과 성명을 발표하자”고 국민의힘 소속 윤재옥 위원장에게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엄호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국가원수의 정상외교를 악의적으로 폄하하는 일은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무심코 사적으로 지나치듯 한 말을 침소봉대한 것”이라고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이날 “어떤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며 “공적 발언이 아닌 건 분명하다.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한 것을 누가 어떻게 녹음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위도 사실은 판명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다시 한 번 들어보라. ‘국회에서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있다”며 “미국이 나올 이유 없고 바이든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글로벌펀드 연설에서 세계질병퇴치금 1억 달러 기여를 약속했는데 한국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을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며 “국익자해행위”라고도 비판했다.
한덕수 “48초 환담 아냐”
이날 오후 열린 마지막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 논란을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야당 의원 간에 고성이 수차례 오갔다.
한 총리는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영상을 공개한 민주당 김원이 의원에게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저런 말씀을 하셨냐”며 “무슨 얘기인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분들도 많다”고 답했다.
48초간의 환담 시간도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이 “48초 동안 많이 얘기를 했다는데, 두 분이서 나누면 24초다. 통역까지 끼면 1인당 시간은 10여 초다. 어떻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48초는 회의이고 그 뒤 바이든 대통령 주관하는 리셉션이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브리핑이 있었다”고 했다.
일본과의 회담 방식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일본 총리를 직접 찾아가 30분간 만난 자체가 국민 감정을 고려 안 한 굴욕 외교”라고 말한 민주당 이병훈 의원에게 한 총리는 “뉴욕 유엔총회 일정이 복잡하게 진행된다. 잠깐 만났지만 하고 싶은 말씀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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